시중자금 20조원이 몰린 삼성생명 공모 열기로 장외주식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 주식에 '큰손'들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장외주식 거래 사이트인 피스톡에 따르면 오는 19일 상장되는 만도의 장외 주가는 지난달 말 8만7000원에서 13일 9만2250원으로 급등했다. 공모가 8만3000원보다 11.1% 높다. 공모가 진행된 지난 11~12일 이틀간 6.1% 오르며 청약경쟁률 124 대 1에 달하는 공모 열기를 반영했다. 25일 상장하는 모바일소프트웨어업체 모바일리더의 장외 주가는 이날 2만2250원으로 공모가(1만5000원)보다 48.3%나 높다.

차원식 피스톡 팀장은 "최근 삼성생명 공모에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장외에서 미리 우량주를 사들이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장외시장 대장주였던 삼성생명 주가는 상장 전날인 지난 11일 13만4500원으로 거래를 마쳐 공모가(11만원) 대비 22.3%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투자자들의 주가 상승 기대감이 높다는 방증이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장외 우량주로는 삼성SDS가 대표적이다. 최근 삼성의 물류사업 투자가 부각되면서 이달 들어 13.8% 올라 8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매수 주문이 200여건 쌓여 있지만 매도호가가 높아 실제 거래는 하루 몇 건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아직 공모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KTLG 등 대기업 계열 우량주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장외 투자자들은 대부분 거액의 여유자금을 가진 '큰손'이 많다. 한 전문가는 "서울 강남이나 대구 수성구 등에 거주하는 나이 지긋한 분들이 여윳돈을 굴릴 겸 장외 주식을 산다"고 말했다. 장외시장은 호가가 맞아야만 거래가 성사되므로 현금화가 급하지 않아야 투자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상장사와 달리 기업 정보가 부족해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다는 점.차 팀장은 "주변 이야기만 듣고 삼성생명 장외주식을 무조건 샀다가 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자 당황하는 투자자가 많았다"며 "14만원은 갈 줄 알았다며 한숨 쉬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정확한 정보 없이 프리미엄이 높게 붙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