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공모주인 삼성생명의 상장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면서 국내 자본시장 기업금융(IB) 딜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상장을 주관 · 인수한 11개 증권사에 돌아가는 수수료만 총 585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딜이었다. 이는 웬만한 코스닥기업 200개사를 기업공개(IPO)해야 벌 수 있는 금액이다.

공모 규모가 클수록 IPO 수수료율이 낮아지기 마련이지만 삼성생명은 예외였다. 삼성생명은 전체 공모액의 1.0%를 기본 수수료로 하고,0.2%를 인센티브로 주는 옵션을 걸었다. 공모 규모가 4조8881억원으로 대한생명(1조7804억원)의 3배에 육박했지만 총 수수료율은 1.2%로 같았다.

주관 · 인수 증권사들은 총 488억원을 기본 수수료로 이미 받았고 이달 말 0.2%인 97억원 상당의 보너스를 추가로 받는다.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는 각각 105억원씩 챙기게 됐다. '통 큰' 수수료는 그만큼 IPO 업무의 강도가 높았다는 방증이다.

작년 11월 상장이 전격 발표되면서 모든 절차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삼성생명 본사에 IPO 준비를 위한 '데이터룸'이 꾸려지고 국내 주관사 측 10여명과 외국계 주관사 측 3~4명이 상주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오전 8시 출근,밤 10시 퇴근은 기본이고 야근과 주말 근무도 잦았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통상 IPO는 1년 정도 걸리는데 5개월밖에 시간이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다.

덩치가 큰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난 2월 삼성생명 유배당 계약자들이 10조원의 배당금을 청구했고,증권신고서 제출 직전까지 삼성차 채권단과 합의가 지연돼 상장 연기 위기도 있었다. 해외 로드쇼 중에 유럽 화산재 사태로 비행기가 뜨지 못해 헬기까지 동원해가며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공모가가 예상보다 높은 11만원이었지만 국내외 기관 청약에서 무난히 소화하고 일반투자자 청약에는 20조원의 자금이 몰리는 대성황을 이뤘다.

조광재 우리투자증권 IPO팀장은 "몇 년 전만 해도 1조원이 넘는 IPO를 진행하면 기관들이 받아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며 "자본시장의 체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상오 한국투자증권 IPO팀장은 "역사적인 IPO 딜을 맡아 사명감을 갖고 업무에 임했다"고 강조했다. 신창식 신한금융투자 고객지원센터 부장은 "청약 두 달 전부터 시스템을 증설하고 청약 당일에는 특별 상담인력만 40명 넘게 투입했다"고 말했다.

조진형/강지연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