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중산층이 급격히 무너지며 저소득층으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소비가 줄어들어 장기 내수침체를 초래하고,특히 백화점 업계에 직격탄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장기 불황 여파로 일본 국민들의 소득이 감소하면서 연간 수입이 500만~900만엔(약 6000만~1억800만원)인 중산층 가구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0일 보도했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중산층 가운데 연수입 650만~700만엔대의 가구는 완만하게 줄고 있으나 800만~900만엔대 가구는 18%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이 높을수록 감소폭이 커 연수입 1500만엔 이상의 상류층은 30%,1000만~1500만엔대는 19% 각각 줄었다.

중산층 이상은 감소하고 있지만 연간소득 200만~400만엔인 저소득층 가구는 최근 10년간 50% 이상 급증했다.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가구가 크게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중산층 붕괴가 가속화하는 것은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근로자들의 수입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2009년 현재 근로자의 연간 명목수입은 정점이었던 1997년에 비해 10% 정도 줄었다. 또 연금 외엔 특별한 수입이 없는 고령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산층이 감소하면서 일본 경제는 심각한 수요 부진으로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일본에선 중산층이 전체 가구소비의 40%를 담당해왔다.

특히 중산층 이상이 많이 이용하는 백화점 업계가 고전 중이다. 지난해 일본의 백화점 매출은 13년 연속 감소해 25년 전인 1984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지난해 가계 조사에서는 의류 · 신발 구입비가 2000년에 비해 26%, 교통비는 19% 감소했다. 전체 소비지출 감소율인 8%를 크게 웃돌았다.

하토야마 유키오 정부는 중산층의 수입 복원을 위해 자녀수당,고교수업료 무상화 등 직접적인 가계 지원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지 않고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이와종합연구소는 "기업 활성화를 포함한 종합적인 성장전략을 신속하게 실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본에서는 연간 수입 500만~900만엔 가구를 통상 중산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2009년 가계 조사에 따르면 2인 이상 근로 가구의 연평균 수입은 621만엔이었다.

한편 일본 중산층의 몰락은 연령에 맞춰 임금이 기계적으로 늘어나는 관행이 변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나타났다. 25~29세 남성의 임금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1985년 당시 45~49세는 209, 50~54세는 222였다. 회사에 입사한 지 20년이 넘으면 임금이 두 배로 늘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2009년엔 45~49세가 179, 50~54세가 183에 그쳤다. 20~25년이 지나도 임금이 두 배를 넘지 못하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연령에 따른 임금 상승 둔화는 젊은층이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끼게 해 대출을 받아 주택이나 자동차를 살 생각을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노후를 걱정해 중년층이 소비를 억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경우 2009년 현재 30세 미만의 주택 소유 비율은 19.1%로 전년 대비 5.2%포인트 줄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