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피해 씨는 작은 염색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얼마 전에 폐수 정화 시설을 설치하였지만,시설을 실제로 운영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컸다. 그래서 폐수를 정화처리하지 않고 그냥 강으로 무단 방류하였다. 그 후,남씨의 공장 부근 논에서는 벼가 잘 자라지 않고 말라 죽기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 사회, 고려출판사 84 쪽)

이처럼 중학교 교과서가 중소기업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 인식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제기됐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을 보여주기보다는 항상 자금사정이 어렵고 사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한나라당 서민행복추진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기현 의원은 6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참석,금형 주조 도금 소성가공 열처리 용접 등 '뿌리산업 경쟁력 강화전략'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절차가 복잡할 수 있겠지만 교과서 개정 여부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 내용에 따르면 대기업은 문어발식 경영으로 외형 성장에만 집착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하루에도 수십개씩 망한다는 필자의 일방적인 의견이 교과서에 실린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한국교과서에서 발간한 중학교 3학년 사회교과서(142 쪽)는 대기업에 대해 '대마불사'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대마가 죽는 경우도 종종 생기는데,대마를 잡기가 힘들 것이라고 믿고 관리를 소홀히 하기 때문"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에 대해선 "매달 수십,수백개 업체가 망한다"고 표현했다.

중소기업은 무조건 독자적인 생존력을 갖지 못한 채 대기업에 종속된 존재라고 기술된 사례도 발견됐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가 펴낸 중학교 3학년 사회 교과서(86 쪽)에는 "한 중소기업 경영자는 대기업에 납품하고도 물품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항상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김 의원은 "중소기업의 어려운 사정을 알려 경제 전반의 활력을 북돋우는 것도 중요하지만,건강한 중소기업마저 부실 · 부도덕한 기업인 것처럼 도매금으로 인식될 위험성이 있다"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중소기업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게 향후 기업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