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체들이 늘어나는 배송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고민에 빠졌다. 화물차량을 늘릴 수 없게 되자 개인 차주에게 차량을 빌려 배송수단을 늘리고 있는데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이다 보니 지입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한 택배회사 관계자는 "2004년 지입료가 월 5만원이었는데 지금은 월 15만~20만원으로 올랐다"며 "운행하고 있는 차량 중 35%가 지입차량이어서 택배 물량이 늘어도 매월 들어가는 지입료 때문에 걱정"이라고 말했다.

홈쇼핑과 온라인몰이 성장하면서 택배 시장이 팽창하는데 업계는 오히려 한숨이다. 2004년 4월부터 국토해양부에서 화물차량 증차를 금지하면서 물량이 늘어나도 배달할 차량과 인력이 태부족이기 때문이다.

◆택배물량 급증,배송차량은 태부족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택배 물량은 2005년 5억4000만박스에서 지난해 11억박스로 매년 평균 20% 성장했다. 올해 배송물량도 13억박스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5년 만에 2.4배로 급증하는 셈이다.

반면 대한통운,한진,CJ GLS,현대 로지엠 등 택배업계 '빅4'의 배송차량은 증차제한 이전 1만1500대에서 현재 1만8000대로 56.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인수를 통한 증차를 제외하면 34.8% 증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량은 늘어나는데 배송할 차가 없다보니 증차제한 전 하루에 100박스 안팎을 배송하던 기사들이 지금은 150~200박스씩 실어나르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2004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화물차주 간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한 이후 증차를 금지해 왔다.

업계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위해 하루에 배달할 적정 물량을 80~100박스로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배송기사가 물건을 전달하며 물 한 잔 얻어마시고 눈 한 번 맞출 시간도 없다"며 "배송이 지연되거나 분실 · 훼손되는 경우도 생겨 서비스 불만 사례가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더 문제인 것은 '배송기사 고용난'이다. 한 달에 25일,하루 평균 12시간을 일하는 등 업무강도가 강하다 보니 택배 운전자들의 이직률이 높아 경력 5년 미만이 52%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일이 물건을 나르면서 받는 돈이 박스당 600~900원 꼴이니 나이 든 사람에겐 무리고 젊은 사람은 쉽게 그만둔다"고 전했다.

◆편법 증차,정부도 눈감아

기존에는 중소 택배업체들을 인수 · 합병하면서 차량을 늘렸지만,지금은 지역별 네트워크가 겹쳐 효율이 떨어지자 '화물차 번호판'을 아예 사들이고 있는 형편이다. 증차가 필요할 때마다 유휴 화물차량의 번호판에 '프리미엄'을 얹어서 구입하는 것이다. 개인 차주에게 화물차를 지입하거나 폐차한 화물차의 번호판을 택배차에 바꿔달아 운송차량을 늘리기도 한다.

택배 물량이 급속히 늘어나는 명절에는 자가용으로 물건을 실어나른다. 국토해양부도 택배차량 3만1000대 중 20~30%가 자가용인 것으로 추정했다.

용달차를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 2007년 택배 업계는 유휴 용달차량 500여대를 택배차로 전환했으며,올해도 한국통합물류협회를 중심으로 추가 전환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그러나 "대형화물만 수송하던 용달차량 기사들은 나이가 많아 택배물량을 '도어 투 도어'로 전하는 데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휴 용달차량이 택배로 흡수되는 것이지만 어려움이 있어 택배법을 새로 만들거나 기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내부조항을 두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연내에 결론을 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