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국내 은행들이 발행하는 채권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이 신흥시장(이머징마켓)으로 분류돼 있어 금리가 선진국 채권보다 높은 데다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른 점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26일 5억달러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을 위한 투자자 모집을 완료했다. 금리는 5년 만기 미국 국채수익률(연 2.564% · 26일 현재)에 197bp(1.97%포인트)가 더해진 수준이다. 이는 올해 국내 시중은행 및 기업의 해외채권 발행 금리 중 최저 수준이다.

지난 2월 기업은행은 3억5000만달러를 모집할 때 미 국채수익률에 205bp의 가산금리를 더해줬다. 같은 달 산업은행도 203bp의 가산금리를 얹어 7억5000만달러의 외화채권을 발행했다. 지난달 외화채권을 각각 발행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205bp의 가산금리를 얹어줬다.

국내 은행들의 외화채권 가산금리는 작년 초 600bp 이상(산업은행)에서 올 들어 200bp대로 하락한 뒤 하나은행을 계기로 200bp 아래로 떨어졌다. 가산금리는 채권을 발행하는 국가나 금융회사가 부도날 위험이 적으면 낮아진다. 매입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많아도 하락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가산금리가 200bp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주가가 1700선을 넘어선 것처럼 심리적인 저항선을 돌파한 것"이라며 "앞으로 가산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채권 청약에는 5억달러 모집에 34억달러가 몰렸다. 지난달 신한은행이 실시한 5억달러 규모의 채권 청약에는 50억달러가 몰려 은행 측이 모집액을 7억달러로 높이기도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채권 발행사 쪽 주관사는 금리를 낮추려 하고 투자자들을 대변하는 중개금융사는 금리를 높게 부르려고 하는데 지난달 채권 모집에는 양측에서 제시한 금리가 똑같았다"며 "투자자가 몰려 투자자 측 중개금융사가 금리를 충분히 낮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미국 3개 도시와 싱가포르,홍콩,런던 등을 돌며 투자설명회를 가졌는데 많은 투자자가 한국 채권이 언제 나올지 궁금해하는 것을 보고 성공을 확신했다"며 "이달 중순 무디스가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A2에서 A1으로 상향 조정한 것도 한국 국채 인기를 끌어올린 요인"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한국이 이머징마켓으로 분류돼 있어 채권 금리는 높으나 위험성은 선진국 못지 않게 낮고 경기 회복도 빠르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다고 여긴다"고 덧붙였다.

외환은행이 다음 달 해외 채권 발행을 준비하는 등 국내 은행들의 해외 채권 추가 발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유럽 상황이 좋지 않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어 채권 수요도 꾸준할 것"이라며 "당분간 한국물 가산금리가 200bp 밑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태훈/정재형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