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뉘른베르크 마이스터 징거홀에서 열린 뉘른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세계적인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2000명이 넘는 관객 앞에서 베토벤의 '3중 협주곡'을 연주했죠.그날이 2월 27일이었는데 저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공연이었어요. "

바이올리니스트 정상희씨(21)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예 아티스트다. 서울예고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유학,빈 국립음대에 수석으로 입학했으며 스트라드,음악춘추 콩쿠르에서 입상한 클래식계의 기대주.그는 3년 동안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립교향악단,북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집트 카이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다. 특히 지난 2월 미샤 마이스키와 협연 때는 현지 언론이 "미샤 마이스키의 풍부한 첼로가 정상희의 바이올린과 조화를 이뤘다"며 호평했다.

지금도 빈 국립음대에서 에드바르트 치노프스키 교수의 가르침을 받는 그는 빈이 음악 공부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빈은 모차르트,하이든,베토벤 등의 발자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음악의 도시"라며 "한국도 언젠가는 세계적인 예술인을 많이 배출하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롤 모델'로 83억원짜리 엑스 카두스 바이올린을 이용하는 줄리안 라클린과 그의 스승을 꼽았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연주자 생활을 동경하면서도 교육자 인생 또한 욕심난다는 것."연주자나 교육자로서 한국과 유럽 음악계를 연결하는 중심축이 되고 싶어요. "

그는 또 "많은 실력파 한국인들이 유럽에서 땀을 흘리고 있지만 무대에 서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유대인은 유대인 음악인을 키우고 유럽인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유럽 연주자 쪽으로 팔이 굽는다는 것이다.

그는 "난해하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의 작품을 남긴 브람스,라흐마니노프 등을 좋아한다"며 "다음 달 27일에는 세계적인 지휘자 막심 쇼스타코비치가 이끄는 북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베토벤국제음악페스티벌에서 연주하고 오는 11월에는 뉘른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