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욱의 명품차 이야기] '영국의 자존심' 재규어 XFR…5명이 타는 스포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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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의 가장 강력한 자동차에는 R 배지가 붙는다. 마치 메르세데스벤츠의 AMG,아우디 RS/S,BMW의 M처럼 재규어의 R 역시 고성능 모델임을 의미한다.
오늘 소개할 모델은 그 중에서도 XFR다. 재미있는 점은 XFR의 기본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재규어 XF의 역사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XF는 2007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컨셉트카 'C-XF'를 통해 전초전을 치렀는데,당시로선 파격적이고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기존 중형 세단 S타입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알려졌지만,실제로 선보인 XF의 컨셉트카 C-XF는 S타입과 전혀 다른 외양을 가졌던 것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 · 옛것을 알면 새것도 안다는 뜻)이라고 했던가.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이언 컬럼이 과거 재규어 고유의 클래식한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련미를 불어넣었다.
XF는 이후 컨셉트카와 흡사한 양산차 생산을 통해 전통적인 영국 세단의 모습에서 21세기형 영국제 스포츠세단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독일산 스포츠세단이 판치는 중형차 시장에서 영국의 자존심을 지켜나갔다.
사실 스포츠세단을 표방한 XF 자체만으로도 고성능임은 분명하다. 국내에서도 내놓은 3.0DS 모델의 경우 최고 출력 275마력에 최대 토크 61.2㎏ · m의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재규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의 표어 'Beautiful&Fast Car(아름다운 고성능 자동차)'에 근접한 차량을 선보인다.
XFR의 프로토타입 모델은 2008년 11월 미국 보네빌 소금평원의 속도실험에서 시속 363.188㎞를 기록했다. 재규어 역사상 가장 빠르고 강력한 성능의 세단이 탄생했음을 의미했다. 비단 재규어에 한정 지을 게 아니라 양산되는 슈퍼카 중에서도 이 정도의 최고속을 기록하는 모델은 찾기 힘들었다.
자랑스런 R배지를 달고 시장에 본격 선보인 XFR는 5ℓ짜리 휘발유 엔진에 슈퍼차저를 탑재하고 최고 출력 510마력,최대 토크 63.8㎏ · 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제로백)은 4.9초다. 제로백이 5초 이하의 성적이라면 일반적으로 순수한 스포츠카에 속한다. 하지만 XFR는 분명 5명이 넉넉하게 탈 수 있는 세단이다.
XFR에서 가장 재미있는 점은 배기음 튜닝이다. 보통 유럽의 유명 자동차 회사들은 엔진음과 배기음을 단순한 소음으로 치부하고 숨기기보다 듣기 좋은 음향으로 개선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단 눈과 손,발로만 운전하는 게 아니라 청각 요소까지 감안해 운전자와 자동차 간 교감 요소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재규어 역시 운전자가 푹 빠질 만한 V8 엔진 배기음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테너 C' 키로 튜닝된 음향필터를 통해 XFR의 생생한 출력감을 느낄 수 있다.
21세기에 완벽하게 적응한 영국제 세단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XFR의 가속페달을 지그시 눌러보자.재규어가 영국산 럭셔리의 역사와 전통을 어떻게 이어왔는지 몸과 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수입차포털 겟차 대표 choiwook@getch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