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14일 조선주의 목표주를 일제히 큰 폭으로 올렸다. 선박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조만간 크게 강화되면 국내 조선주들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해서다. "한국 조선사에 대한 새로운 평가기준이 세워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석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의 목표주가를 각각 54만원과 36만원으로 수정 제시한다고 밝혔다. 또 대우조선해양 5만3000원, 삼성중공업은 5만2400원, 한진중공업은 5만9000원으로 각각 목표주가를 올렸다.

이는 현 주가(13일 종가)와 견줘 모두 두 배 이상 상승이 가능하다는 얘기로, 강력한 '매수' 추천인 셈이다. 업종 내 최선호주(top pick)로는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해양을 꼽았다.

미래에셋이 국내 조선주에 대한 호평을 쏟아낸 것은 조선업계의 패러다임이 빠뀌고 있다고 봐서다. 선박에 대한 온실가스 규제가 전 선종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인데, 이렇게 되면 중국 등에 비해 기술력이 앞선 한국 조선사 위주로 사업이 또한번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석제 연구원은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이 최근 5년 간 33%나 증가했다"면서 "국제해사기구는 조만간 전세계 온실가스의 12~18%를 선박이 배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기구는 지난달 22일 회의를 열고 신조선에 대한 연비 규제와 선박 운항 시 온실가스를 효과적으로 감축할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EEDI(선박제조연비지수ㆍ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가 조선사의 경쟁력을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EEDI는 자동차의 연비와 비슷한 지표다. 1t의 화물을 1해상 마일 운반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말한다.

이 연구원은 "EEDI는 2013년부터 대부분의 선종에 적용돼 연비 효율을 나타내는 강제적인 표기사항이 될 것"이라며 "요구수준에 미달하면 해당 선박은 아예 인도할수도 없고, 운항도 금지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R&D(연구ㆍ개발)과 자체 설계능력, 충분한 설계 인력 확보, 탁월한 선박 제조 능력 등이 없을 경우 생존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며 "싼 인건비를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만 앞세운 조선사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의 선박도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적용되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해운회사는 2014년부터 EEOI(Energy Efficiency Operational Indicator)를 보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해사기구는 선박 1척당 이산화탄소 배출을 기존 대비 50~70%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시장(CAPS)이나 탄소세(GHG펀드)를 도입하려 한다"고 했다.

이 두 조치 모두 상대 평가에 의해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데, 이는 해운사 간 무제한 연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1990년대 선박연료의 t당 가격은 92달러 수준이었으나, 2005년 2분기 200달러를 돌파했고 한때 700달러를 웃돌기도 했다"면서 기름값 상승도 고연비에 대한 수요를 불러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조선업체의 주가는 해운업체들과 같이 갔지만, 이제부터는 다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조선주가 해운주보다 훨씬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이번에 제시한 조선주의 목표주가는 2012년 장부가 대비(PBR) 2배를 기준으로 대우조선은 주인이 없는 것을 감안해 20% 할인했고, 삼성중공업은 해양구조물 분야의 장점이 있어 10% 할증했다"고 전했다. 또 한진중공업은 부동산이 많은 것을 감안해 PBR 1배만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