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 올림픽을 맞아 입국하는 외국 선수들을 위해 처음으로 돈을 주고 사먹는 생수가 등장했을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지천에 널린 물을 돈 받고 파는 것이 흡사 '봉이 김선달'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1년이 흐른 지난해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4900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연 평균 10% 이상 커져온 생수시장의 성장세는 수돗물에 대한 오랜 불신,편리성 추구,해양심층수나 원산지 차별화 제품 등 고급 생수에 대한 수요 증가 등으로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생수시장의 선두주자는 농심의 '제주 삼다수'다. 페트병 생수시장 점유율 50%를 기록하고 있는 '제주 삼다수'의 연간 생산량은 500㎖ 기준 8억병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약 15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25% 정도 성장했다. 올해 농심 '제주 삼다수'의 매출 목표는 작년보다 13.3% 증가한 1700억원에 이른다.

농심 관계자는 "제주 삼다수는 한라산 청정 지역에 내리는 빗물이 화산 현무암층을 통과하는 동안 각종 미네랄 성분이 용해되면서 만들어져 물맛이 부드러운 약알칼리수"라며 "리서치 조사업체 TNS 조사 결과 생수시장에서 브랜드 선호도 1위,구매 의향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우리나라 유일의 화산 암반수라는 점을 부각시켜 올해 케이블TV 광고를 강화할 계획이며,2008년 10월 미국 수출을 시작으로 중국 및 동남아,유럽 등지로 판매지역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생수시장 점유율 2위인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생수 매출 목표를 지난해 740억원보다 8.1% 증가한 800억원으로 잡고 있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8월 출시한 '롯데 아이시스 DMZ 2㎞'로 농심을 제치고 정상에 올라서겠다는 각오다.

'롯데 아이시스 DMZ 2㎞'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세계적 청정지역으로 불리는 비무장지대(DMZ) 부근에서 취수한 물을 원수로 사용하며 칼슘,나트륨,마그네슘 등 천연 미네랄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성기승 롯데칠성 팀장은 "DMZ 지역은 환경부가 2012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호지역 지정을 추진 중인 세계적 청정지역"이라며 "이곳에는 25억t에 달하는 최상급 청정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공병 제조부터 생수 생산까지 단일 공장에서 이뤄지는 일관공정 시스템을 도입해 공병 이송에 따른 2차 오염을 차단한 것도 이 제품의 특징으로 꼽힌다.

동원F&B는 지난해 '동원샘물 미네마인'으로 3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12.9% 상승한 395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동원샘물 미네마인'이 북청산,가지산 등 청정지역의 심층 암반수를 사용,천연 미네랄이 살아 있는 생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과 미주 지역의 수질 기준을 통과한 것도 이 제품의 특징이다.

'동원샘물 미네마인'은 배달용 생수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페트병 시장에서는 4위에 머무르고 있어,이 회사는 페트병 시장 매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2008년 제품명과 디자인을 교체하기도 했다. 동원 관계자는 "미네마인은 '미네랄(Mineral)'과 '마인(Mine)'의 합성어로 미네랄 성분이 함유돼 있음을 강조한 이름이며,전통적 느낌의 동원샘물에 미네마인이라는 합성 외래어를 붙여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해태음료는 대표 생수 브랜드를 '빼어날 수'에서 지난해 10월 말 출시한 '강원 평창수'로 바꿨다. '강원 평창수'는 강원도 평창의 60만평 국유림으로 둘러싸인 청정지역 내 지하 200m의 암반수를 원수로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빼어날 수'로 지난해 매출 300억원을 올린 해태음료는 올해 '강원 평창수'로 매출을 200억원 늘려 생수시장에서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케이블 TV 광고와 더불어 교통수단,영화관 등을 포함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채널을 통해 활발한 홍보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