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생활비 40%는 의료비…보험 드셨나요
1 목표를 세워라 : 연령ㆍ여건 맞춰 구체적 계획 짜야
2 빨리 시작하라 : 자녀 교육ㆍ생활비 20대부터 준비를
3 부동산만 믿지마라 : '묻힌 돈' 많으면 외화내빈 될수도
4 더불어 살자 : 호화로운 생활 대신 사회환원으로 보람을
◆뚜렷한 목표 세워야
재테크의 관점에서 생각하다 보면 뚜렷한 목표 없이 돈을 모으는 데 집착하곤 한다. 대박 환상에 빠져 '몰빵'식 투자를 하는 경향도 생긴다. 수익률이 잘 나고 주변에서 많이 가입하는 상품,최신 유행하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식이다. 고수익을 내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에만 집착해 삶이 아니라 돈 자체가 목적이 돼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생애 재무설계를 하게 되면 주택 · 교육 · 노후자금 등이 필요한 시기와 규모 등에 대한 계획을 미리 짜고 그에 맞춰 돈을 모을 수 있다. 절대적인 수입과 상관없이 주어진 여건 속에서 나만의 재무전략을 짜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도록 한다는 점에서 일회적인 재테크와 다르다.
생애 재무설계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자신의 연령대와 여건에 맞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목표를 설정한 뒤에는 그에 따라 재무구조를 짜는 것이 필요하다. 예상 은퇴 후 소득이 지출을 충당할 수 없다면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은퇴자금을 충분히 모을 때까지 은퇴 시기를 연장하거나 투자금액을 늘리기 위해 지출을 적극 통제해 나가야 한다.
◆자산이 많지 않아도 된다
생애 재무설계는 자산이 많은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소득 수준의 사람들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면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충북 청주시에 사는 안모씨(57)는 중견기업 부장을 끝으로 최근 은퇴했다. 은퇴할 당시 그의 월급은 450만원.현재 1억8000만원가량 하는 30평형대 아파트에 부인,대학생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은퇴 후 농촌 생활을 하기 위해 2억원짜리 전답을 구입했다.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을 합쳐 매달 155만원을 탈 예정이다. 예금 등 금융자산도 1억9000만원 갖고 있다.
안씨의 은퇴 직전 월급 수준이 매우 높은 편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비교적 넉넉한 은퇴생활 준비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젊었을 때부터 장기적으로 재무 계획을 세워 실천해온 덕분이다.
안씨는 20대 후반 결혼하면서부터 적금에 가입했다. 그렇게 해서 목돈이 만들어지면 일부는 안정적인 정기예금에 들었다. 일부는 부동산 펀드 주식 등에 투자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투자 자금은 자녀 교육비와 은퇴 준비용,재투자 자금 등으로 목적을 명확히 했다. 종신형 연금도 30대부터 3종류에 가입했다.
노후 생활비의 30~40%는 의료비로 지출하는 게 일반적이다. 안씨는 보험 역시 꾸준히 들어놨기 때문에 노후생활비 중 의료비를 대폭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필요하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라
현재 갖고 있는 자산이 많더라도 생활비가 모자라 허덕이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이 당장 현금화할 수 없는 부동산 등에 자산이 묶여 있는 사람들이다. 전문가들은 은퇴한 사람들의 경우 매달 500만원 정도의 현금을 받는 것이 10억원짜리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보다 낫다고 설명한다.
일산에 사는 김모씨(65)는 3년 전 소유하고 있던 상가 부동산이 공공기관의 택지개발 사업으로 수용돼 보상금 30억원을 받았다. 그는 '자산은 부동산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괜찮은 부동산을 소개받기 위해 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찾았다. PB센터에서는 김씨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현금 자산 위주로 다시 짜라고 권유했다. 별다른 소득이 없는 김씨가 부동산에 잘못 투자했다가 거금을 한꺼번에 날릴 위험성이 컸기 때문이다.
김씨는 각종 연금형 상품에 11억원 정도를 넣어둘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매달 500만원 정도를 수령할 수 있다. 김씨는 현재 정기예금 이자로 월 120만원을 받고 있지만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정기예금의 비중을 줄여 나갈 계획이다. 현재 예금 이자율이 연 3%대인데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어음(CP)이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에 투자하면 연 5%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서다.
◆사회 환원도 좋은 생애 재무설계 방법
은퇴 후 자신이 가진 자산과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회 환원이라는 목적을 세우고 은퇴 준비를 하면 자신의 현금 흐름과 씀씀이 등을 알 수 있고 동기 부여도 되기 때문에 효과적일 수 있다. 또 인생 황혼기에 성취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삶의 만족도도 높아진다.
분당에서 어학원을 운영 중인 이모씨(54 · 여)는 60세가 되면 사회 환원을 위해 대안학교를 세우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의 월 소득은 2000만원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런데도 매달 쓰는 돈은 160만원 정도다. 대안학교를 세우겠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허투루 돈을 쓰지 않는 습관을 들였기 때문이다. 이씨는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가계부를 쓰고 있다. 적금도 매달 800만원씩 붓고 있다. 호화로운 생활을 포기한 대신 마음의 여유와 성취감을 택한 셈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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