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베이비부머 재무설계 : 하루라도 빨리!…자산 포트폴리오 다시 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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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 넘어가면 소득 줄어 저축 등 재무설계 시점이 노후 좌우
맞벌이 부부 은퇴자금 각각 준비
장기적 복리효과 누리려면 연금 가입도 최대한 서둘러야
맞벌이 부부 은퇴자금 각각 준비
장기적 복리효과 누리려면 연금 가입도 최대한 서둘러야
대기업에 근무하다 지난해 은퇴한 K씨(61)는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일주일에 한 번 평일에 골프를 친다. 지난 1월에는 부인과 함께 일본 홋카이도로 5박6일 여행도 다녀왔다. 주말에는 친구 자녀들 결혼식에 꼬박꼬박 얼굴을 내민다. 1남 1녀를 둔 그는 손자 손녀 생일에도 가족들을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불러내 외식을 즐낀다.
K씨가 이렇게 생활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한 달 평균 500만원.별다른 수입이 없는 K씨 부부가 이처럼 여유로운 노후를 즐길 수 있는 비결은 뭘까.
◆노후 준비는 하루라도 빠를수록
은퇴 전 김씨 부부는 맞벌이를 했다. 두 사람의 월 소득은 세후 기준으로 1000만원이 넘었다. 중형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은행에서 빌린 대출 이자와 자녀 학비,생활비 등을 제외하고도 상당한 여윳돈이 있었다. 그래서 노후 준비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정년 퇴직을 몇 년 앞두고 삼성생명 FP(재무설계) 센터를 찾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은퇴에 대비한 재무설계에 처음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재무설계 전문가는 일본 미국 등 고령화 선진국가의 사례를 들어가며 은퇴 후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조언했다. 소득이 아무리 많더라도 노후 준비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충고였다.
K씨는 당시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그동안 모아뒀던 자금의 대부분을 투자했다. 대출도 받아 지속적으로 원금과 이자를 갚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는 사이 급여가 오르고 대출금 상환 부담도 줄어 월 500만원 정도의 돈이 남게 됐다.
그는 500만원을 어떻게 투자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부동산에 대한 자산 비중이 높았지만 여유자금에다 대출을 받아 추가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재무설계사는 노후 준비와 관련된 몇 가지 원칙을 K씨에게 제시했다. 우선 은퇴 준비를 가급적 서두를 것을 권고했다. 은퇴설계 시작 시기가 중요한 이유는 기간의 이익 때문이다. 대개 40대 중반이 넘어가면 소득이 줄어든다. 반면 각종 이벤트성 자금과 기초 생활비가 증가해 저축 여력이 감소한다. K씨의 경우 시작이 늦었던 만큼 하루라도 빨리 준비하는 게 시급했다.
은퇴한 뒤 노후를 위해 얼마를 저축하느냐,얼마나 빨리 저축하느냐에 따라 풍요로운 노후와 궁핍한 노후가 결정된다.
예를 들어 60세에 은퇴할 때 3억원을 만들겠다고 치자.투자 수익률을 연 6%로 잡았을 때 30세에 시작하면 연 379만원(월 31만원)가량만 저축하면 된다. 하지만 40세에는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연 816만원(월 68만원)을 넣어야 한다. 50세에 시작하면 연 2276만원(월 190만원)가량을 저축해야 한다.
◆부동산 줄이고 부부 각각 은퇴자금 준비
K씨의 경우 지나치게 부동산 위주로 구성된 자산을 연금 펀드 등으로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부부가 각각의 은퇴자금을 준비하는 게 바람직했다. 은퇴설계는 대부분 남성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관례다. 하지만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매우 잘못된 현상이다.
K씨는 재무설계사의 조언을 바탕으로 자신의 재무정보를 모두 공개한 뒤 노후 준비에 착수했다. 부동산은 비과세 제도를 충분히 활용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자산을 더 빨리 늘려 강남권 아파트에 진입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3억원에 샀던 아파트가 8억원으로 오른 점을 감안해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3억원 안팎인 아파트 한 채를 사둘 작정이었다.
자문을 받은 K씨는 이런 생각을 접었다. 앞으로 은퇴 인구 증가와 인구 감소로 아파트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 터였다. 재무설계사는 1가구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규제로 수익률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부동산 규제는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졌다. 어떤 경우에는 두 채의 주택 가운데 한 곳을 매매하면 50%(소득분 지방소득세 포함 55%)의 양도소득세를 물던 시절이 있었다. 여기에다 취득 · 등록세,공인중개사 수수료 등 제반 비용을 감안하면 세후 투자수익률이 그리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금리 동향도 부동산 추가 투자를 망설이게 했다. 금리가 높아지면 대출을 통한 부동산 투자자의 부담이 증가한다. 이를 종합 감안해 K씨는 부동산 추가 투자를 포기했다.
◆복리효과 큰 연금가입
K씨는 대신 여유 자금을 연금상품으로 돌리기로 했다. 연금상품은 장기적인 복리효과를 통해 자금을 불린다. 이렇게 모은 지급 준비금을 바탕으로 연금을 지급한다. 연금 지급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종신연금형이다. 연금 가입 시점의 경험생명표를 바탕으로 계산된 평균수명까지 연금이 지급된다는 가정 아래 연금 지급 금액을 결정하게 된다.
해가 지날수록 평균수명이 연장되는 현재의 상황과 장기적인 복리효과를 충분히 누리고자 한다면 최대한 연금 가입을 빨리 해야 한다고 재무설계사는 조언했다. K씨는 은퇴 후 소득을 생각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개인연금 등 '3층 보장론'을 충실히 이행했다.
부부 모두 근로소득자로 국민연금에 가입한 경우 부부간이라 하더라도 각자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퇴직연금 제도 변경에 의해 과거처럼 퇴직금 정산이 무조건 허용되지 않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할 때나 질병 등의 사유로 장기 간병이 필요한 경우에만 정산이 허용되는 구조에서 퇴직연금을 받게 돼 은퇴에 대한 부담이 일부 줄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경우 연금 지급 시기가 65세까지 늦어지는 점과 소득대체율이 점차 줄고 있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퇴직연금의 경우에는 연금 운영 방식에 따라 퇴직금이 보장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개인적인 연금 준비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K씨는 소득액이 상당한 수준인 만큼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금저축에 가입했다. 또 비과세와 분리 과세,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상품에도 투자했다. 연금저축의 소득공제 한도 이외의 저축은 세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투자했다.
먼저 장기적인 은퇴 준비 차원에서 월 25만원까지 연금저축에 가입했다. 이를 넘는 금액은 연금을 지급할 때 연금소득세가 과세되는 연금저축에 추가로 적립하기보다는 연금소득세가 과세되지 않는 개인연금보험을 활용했다.
이와 함께 단기적인 대출 상환 금액을 모으기 위해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호저축은행과 펀드를 활용했다. 다만 상호저축은행은 안정성 리스크에 대비해 예금자 보호금액인 5000만원을 넘지 않도록 조정했다. 이와 별도로 그의 부인도 종신형 개인연금을 준비했다. 이런 방법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결과 은퇴 후에도 큰 어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게 됐다.
황봉구 삼성생명 강북FP센터 팀장 bg1521.hwang@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