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사업에서 그룹의 미래를 찾으려는 구본무 LG 회장의 '그린 웨이(green way)'가 구체화됐다. 오는 2020년까지 연구 · 개발(R&D)에 10조원,설비에 10조원을 각각 투자해 그룹 매출의 10%를 그린 분야에서 달성하는 '10-10-10'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해 125조원을 달성한 LG그룹 매출이 2020년 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가정하면 그린 사업만으로 현재 30위권 그룹 수준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공격적 목표다. 규제 환경 변화에 따른 방어적,수동적 대응에서 벗어나 그린 산업을 통해 실질적인 신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게 구본무식 '그린 웨이'의 핵심이다.

◆2020년까지 20조원 투자

구 회장은 올초부터 그린 경영을 화두로 제시했다. 신년 임원 모임에서 "미래 계획 수립 때 환경문제를 반드시 고려해 그룹 차원의 '그린 경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후 세부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LG는 계열사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사장단협의회를 거쳐 '그린 2020' 전략을 최종 확정했다. 구 회장은 그동안 '변화를 주도하는 테크놀러지 컴퍼니'를 LG의 미래 모습으로 강조해 왔다. 후속으로 '그린 2020' 전략을 내놓으면서 기술 경영의 핵심에 '그린'이 자리잡게 된 셈이다.

LG 그린웨이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대규모 투자다. 신제품 개발과 신사업 발굴 등 R&D에 10조원,제조공정 그린화와 그린 신사업 설비 구축 등 설비투자에 10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LG전자,LG화학,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이 주도하는 태양전지,차세대 조명,차세대 전지 등의 그린 사업을 육성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저전력 고효율 신제품 개발도 확대한다. LG전자는 LED(발광다이오드) 모듈과 저전력 LCD 모듈을 채택한 TV,고효율 냉각장치를 적용한 냉장고,지열을 사용하는 냉 · 난방 시스템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제품 개발과 판매를 강화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와 전자종이 등 저전력 디스플레이 신제품 개발을 맡는다.
구본무 LG회장의 '그린웨이'… 태양광·전지서 매출 10% 올린다
◆신제조공법 · 공장혁신 투자 확대

LG그룹은 그린 경영을 통해 2020년 지난해 대비 연간 5000만t의 온실가스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하반기 그룹의 상징인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의 형광등 조명을 모두 LED 조명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전환을 완료하면 전력 소비량을 45% 줄일 수 있게 된다.

LG전자는 폐열 회수시스템 등 신재생 에너지 사용량을 늘리고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구미 LCD 6공장에 설치한 온실가스 감축설비(연간 55만t 절감 효과)를 다른 공장에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LG화학은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신제조공법과 공정혁신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신기술,신제품 개발을 완료하면 2020년 생산량 원단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일정 단위 제품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량)을 지난해보다 40%(연간 온실가스 5000만t) 감축하게 된다. 예컨대 지난해 석유화학제품 1t을 생산할 때 1t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면 2020년에는 0.6t으로 줄인다는 설명이다. 공정 관리를 최적화시켜 물 사용량도 2020년까지 30% 줄이기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2020년 온실가스 5000만t을 감축하게 되면 한반도 면적 80%에 준하는 아마존의 열대 우림을 보존하는 효과를 내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LG 그린 웨이'가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도록 상 · 하반기에 한 번씩 직접 주재하는 사업전략회의(컨센서스 미팅)를 통해 추진 성과를 점검할 예정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