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회장 "롯데 CEO들 자만할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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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에 만족하는 순간 그 기업은 내리막길 시작"
88세 고령에도 현장경영…주요 계열사 브리핑 직접 받아
88세 고령에도 현장경영…주요 계열사 브리핑 직접 받아
롯데는 요즘 재계에서 '잘나가는' 그룹 가운데 하나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업 인수 · 합병(M&A)에도 적극적이다. 2008년 8월 네덜란드 초콜릿 업체인 '길리안' 인수를 시작으로 두산주류,중국의 대형마트인 타임스,GS백화점 · 마트,바이더웨이 등을 차례로 품에 안았다. 4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M&A에 쏟아부었지만,롯데그룹의 부채비율은 여전히 100%를 밑돈다. 백화점 등 기존 사업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년 쑥쑥 커가고 있다. 지금도 대형 기업 매물만 나오면 '인수 후보 1순위'로 꼽힌다.
최근 들어 하는 일마다 잘 풀리고 있지만 정작 롯데그룹을 이끄는 신격호 회장(사진)은 요즘 고민이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잘 나간다고 혹여나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까 해서다.
지난 9일 서울대 LG경영관에서 열린 '롯데그룹 채용설명회'에서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도 신 회장의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 사장은 "신 회장이 각 계열사 CEO들이 '이 정도면 만족한다'는 식으로 자만하지 않을까 가장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6년 롯데에 입사한 이 사장은 롯데리아 롯데쇼핑 등에서 CEO로만 13년째 일한 덕분에 신 회장의 의중을 가장 잘 읽는 사람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CEO가 현 상황에 만족하는 순간부터 그 기업은 내리막길을 걷는다는 게 신 회장의 평소 지론이다. 사장이 긴장을 풀면 바로 밑 간부부터 '퍼지기' 시작해 조직 전체가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상승세를 탈 때 조직을 단단하게 다져놓아야 한걸음 더 뻗어나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언젠가 위험이 닥쳐도 쉽게 헤쳐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신 회장은 88세 고령에도 불구, 몸소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각 계열사 CEO들이 긴장감을 놓지 않도록 수시로 사업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롯데마트 등 주요 계열사의 경우 지난 한 달 새 신 회장에게 세 차례나 현안 브리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홀수 달엔 한국에,짝수 달엔 일본에 머무르는 신 회장은 3월 초 귀국해 지난 9일 오후까지 각 계열사 업무보고를 받은 뒤 10일 출국했다. 신 회장은 이번 한국체류 기간에도 예전과 다름 없이 중절모를 눌러쓴 채 백화점이나 마트 매장을 불시에 방문하는 '현장 경영'을 펼쳤다는 후문이다.
최근 신 회장에게 경영현안을 브리핑한 롯데 관계자는 "작년에는 브리핑 시간이 길어지면 신 회장이 피곤한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회장이 주요 현안을 직접 챙기기 때문에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도 버거워할 정도의 빡빡한 스케줄을 '미수(米壽)'의 신 회장이 거뜬히 소화해내는 것은 바로 '일을 즐기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1990년대 초 신 회장에게 '이제 연세도 있으니 업무 보고도 반나절만 받으시라'고 조언했더니 '이게 나의 삶이다. 반나절만 일하면 그만큼 내 삶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답이 돌아왔다"며 "신 회장은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好之者 不如樂之者)는 논어 '옹야'(雍也)편에 나오는 '즐기는 사람'의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최근 들어 하는 일마다 잘 풀리고 있지만 정작 롯데그룹을 이끄는 신격호 회장(사진)은 요즘 고민이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잘 나간다고 혹여나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까 해서다.
지난 9일 서울대 LG경영관에서 열린 '롯데그룹 채용설명회'에서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도 신 회장의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 사장은 "신 회장이 각 계열사 CEO들이 '이 정도면 만족한다'는 식으로 자만하지 않을까 가장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6년 롯데에 입사한 이 사장은 롯데리아 롯데쇼핑 등에서 CEO로만 13년째 일한 덕분에 신 회장의 의중을 가장 잘 읽는 사람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CEO가 현 상황에 만족하는 순간부터 그 기업은 내리막길을 걷는다는 게 신 회장의 평소 지론이다. 사장이 긴장을 풀면 바로 밑 간부부터 '퍼지기' 시작해 조직 전체가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상승세를 탈 때 조직을 단단하게 다져놓아야 한걸음 더 뻗어나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언젠가 위험이 닥쳐도 쉽게 헤쳐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신 회장은 88세 고령에도 불구, 몸소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각 계열사 CEO들이 긴장감을 놓지 않도록 수시로 사업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롯데마트 등 주요 계열사의 경우 지난 한 달 새 신 회장에게 세 차례나 현안 브리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홀수 달엔 한국에,짝수 달엔 일본에 머무르는 신 회장은 3월 초 귀국해 지난 9일 오후까지 각 계열사 업무보고를 받은 뒤 10일 출국했다. 신 회장은 이번 한국체류 기간에도 예전과 다름 없이 중절모를 눌러쓴 채 백화점이나 마트 매장을 불시에 방문하는 '현장 경영'을 펼쳤다는 후문이다.
최근 신 회장에게 경영현안을 브리핑한 롯데 관계자는 "작년에는 브리핑 시간이 길어지면 신 회장이 피곤한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회장이 주요 현안을 직접 챙기기 때문에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도 버거워할 정도의 빡빡한 스케줄을 '미수(米壽)'의 신 회장이 거뜬히 소화해내는 것은 바로 '일을 즐기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1990년대 초 신 회장에게 '이제 연세도 있으니 업무 보고도 반나절만 받으시라'고 조언했더니 '이게 나의 삶이다. 반나절만 일하면 그만큼 내 삶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답이 돌아왔다"며 "신 회장은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好之者 不如樂之者)는 논어 '옹야'(雍也)편에 나오는 '즐기는 사람'의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