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문화산업 육성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중국은 8일 공산당 선전부를 비롯해 인민은행 등 총 9개 부처 공동 명의로 문화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올 들어 세 번째 문화산업 지원책이다. 지난 1월 국무원(중앙정부)이 영화산업 육성 정책을,2월엔 10개 부처 공동으로 문화기업의 해외시장 개척 지원 정책을 내놓은 지 두 달 만이다. 지난해 9월 건국 후 처음으로 문화산업 종합육성책을 내놓은 데 이은 후속 조치들이다. 이번 금융지원책에서는 특히 중국이 소프트파워를 키우기 위해 보험까지 동원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굴뚝과 짝퉁 제조업으로 대변되는'세계의 공장'이 소프트파워 대국으로도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다.

◆문화산업에 자금 살포

이번 금융지원책에는 선전부 인민은행 재정부 문화부 광전총국 신문출판총서 은행감독위 증권감독위 보험감독위 등 9개 부처가 참여한다. 지원 대상은 영화 애니메이션 온라인 게임 관광 레저 신문 출판 전시회 예술 등에 종사하는 모든 기업이다.

우선 이들 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은 물론 증시 기업공개(IPO)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지원된다. 중국 최대 영화 배급업체인 차이나필름그룹의 한상핑 회장은 "이번 정책 덕에 새 영화 제작에 필요한 2억위안의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이나필름은 증시 상장도 추진 중이다. 사모펀드의 문화기업 투자도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이번 정책은 특히 보험회사들로 하여금 각종 문화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신보험상품을 개발하고 문화기업의 채권과 주식까지 매입하도록 적극 권유하고 있다. 중국 금융시장의 큰손 보험회사도 문화산업의 자금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국 최대 영화제작사인 화이브러더스그룹의 왕중쥔 회장은 "문화산업 육성책에 보험이 들어간 건 처음"이라며 "자연재해나 배우들의 사고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지금까지는 미국 보험사의 상품에 가입해야 했지만 이젠 국내에서도 가입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지식재산권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문화 소비를 위한 할부금융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만드는 등 문화산업 인프라 구축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도 재정에서 문화산업 발전기금을 조성해 문화기업에 저리 자금을 대출해주도록 했다. 문화기업의 수출을 돕기 위해 수출신용보험도 적극 제공한다.

◆내수 진작과 소프트파워 키우기

신화통신은 이번 정책 배경으로 소프트파워 강화와 함께 경제 발전 방식의 전환 필요성을 꼽았다. 신화통신은 소프트파워는'문화 안보'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토종 문화기업을 키우지 않고선 서방의 가치관으로 무장한 문화상품이 밀려들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 "손자가 (일본의) '울트라맨' 애니메이션을 보는 걸 원치 않는다"고 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발전 방식 전환은 중국 지도부가 서비스업을 키워 수출 일변도에서 내수 확대로 성장동력을 다변화하는 한편 친환경적인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데도 문화산업이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영화시장이 폭발하면서 내수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영화시장은 내년에 처음으로 100억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언컨설팅).

문제는 중국의 문화산업 육성이 보호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데 있다. 중국은 올초 영화산업 육성정책을 발표하면서 2001년부터 외국 영화 수입을 연간 20편으로 제한한 규정을 재확인했다. 미래 먹거리로 문화 콘텐츠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한국 및 일본과 마찰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