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시장이 봄바람을 타고 있다. 바닥을 치고 반등세에 완전히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주택가격 흐름을 나타내는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20의 추이가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주요 20개 대도시 주택가격을 반영하는 이 지수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할 경우 지난해 6월 0.7%의 상승률을 기록한 뒤 올 들어 지난 1월까지 8개월 연속 상승률을 보였다.

주요 지역의 주택판매 상황은 봄기운 이상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던 플로리다와 라스베이거스 지역의 주택 판매는 지난 2월을 포함해 18개월째 증가했다. 포캐스트의 데이비드 슬로언 이코노미스트는 "예상보다 강한 시장의 기대심리와 함께 주택가격이 바닥을 다지고 회복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뉴욕의 최고급 주택 거래도 활발해졌다. 부동산정보 회사인 스트리트이지닷컴 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200만달러 이상 럭셔리 주택의 거래는 11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늘었다.

모기지 담보증권(MBS) 발행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 1분기 총 발행규모가 1184억달러로 1년 전보다 71.7% 증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골드만삭스 등이 발행물량을 인수해 갔다. 정부 관리를 받고 있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과 같은 모기지 전문업체가 지급을 보증하는 물량 위주이기는 하지만 주택자금 시장에서 돈이 돈다는 신호다.

지난 3월 마지막 주에는 주택 구입 수요가 작년 10월 이후 최고치에 달하면서 모기지 신청 건수가 대폭 증가했다. 미 정부의 세제혜택이 오는 30일 마감되기 전에 신청을 서두르는 주택 구입 희망자들이 많았던 영향이 컸다. 미 정부는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에게 주는 80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늘리고 기간도 연장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이 제대로 회복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대부분 장기 모기지로 주택을 구입하는 미국인들은 모기지 금리 움직임에 가장 민감하다. 8일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1년 전의 연 4.99%에서 5.23%로 뛰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주택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진행해 왔던 1조2500억달러 규모의 MBS 매입 프로그램을 지난달 31일자로 종료한 영향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초 5000억달러로 시작한 FRB의 이 프로그램은 2008년 6%를 넘어서던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를 지난해 3월 4%대까지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FRB는 모기지 금리가 급등할 경우를 우려해 MBS를 다시 매입할 수 있다고 조건을 달아놓긴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용시장이 회복됨에 따라 모기지 금리가 올해 말께 연 5.80%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미국 정부가 주택압류 방지책을 추가로 내놓은 것은 주택시장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미국에선 최근 3년간 600만채가 모기지 원리금을 갚지 못해 압류됐다. 올해는 300만채 정도가 압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미 행정부는 실직한 주택소유자들에게 매월 갚아야 하는 모기지 상환금을 6개월간 유예하거나 삭감해주기로 했다. 주택 시세보다 모기지 부채가 더 많은 '깡통주택' 소유자들에게는 모기지 원금 일부를 깎아주는 안도 추가 대책에 담겼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