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한국 길목에서] 경제성장만큼 나눔도 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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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애플사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잡스가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행사에 참가해 캘리포니아 시민들에게 장기기증 참여를 호소했다고 언론에서 보도했다. 췌장암 투병 중이던 그는 자동차 사고로 숨진 20대의 간을 이식 받아 생명을 구했다. 만약 그가 제때 간을 이식 받지 못했더라면 우리는 검은 터틀넥과 청바지를 입고 프레젠테이션하는 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을까?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주민들이 운전면허증이나 신분증을 신청할 때 장기기증 희망 여부를 묻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경제력 비해 장기기증 너무 낮아
한국에 와서 큰 차이를 느낀 점 중 하나가 바로 장기기증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 차이다.
나의 고향인 유럽은 장기기증 문화가 크게 확산돼 있고 인식도 높은 편이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2월 고 김수환 추기경이 마지막으로 남긴 사랑의 선물,각막 기증으로 장기이식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당시 장기기증 희망 등록 건수가 2008년 9만3000명에서 2009년 한 해 동안 20만7000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나 역시 지난해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에는 1만7055명의 환자가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며 장기이식을 받는 환자들은 평균 3년 11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특히 장기기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대기자가 지난해 406명에 달했다고 한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1년이 지난 지금 장기기증 열기도 점점 식어가 장기기증 서약건수가 추기경 선종 이전의 수치로 다시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유럽에서 장기 기증이 보편화되고 효율적인 장기 구득 시스템이 구축되기까지는 인식 제고와 법안 마련 등을 위해 오랜 기간 적극적인 캠페인이 필요했다.
스페인의 예를 들어 보자.스페인에서도 십여 년 전에는 종교적,심지어는 미신에 의해 장기기증이 금기시됐다. 그러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효율적인 장기 구득 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스페인의 장기 기증 문화는 세계적으로 손꼽힌다.
스페인에서는 장기 기증자와 그 가족의 자필 동의서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의서가 확인된 모든 기증자들은 국가기관에 등록되며 기증자가 교통사고,질병 등으로 사망했을 경우 기증자에 관련된 정보는 바로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로 보내진다. 24시간 운영되는 이 병원은 장기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해 병원 · 공항 · 경찰 · 응급구조요원들과 연계할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5000명이 넘는 전문상담 인력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이런 노력으로 스페인의 장기 기증 비율은 한국의 열 배가 넘는 100만 명당 34.3명에 달한다.
나의 모국인 네덜란드에서는 옵트 아웃 시스템(opt-out system:장기 기증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경우 전 국민을 잠재적인 장기 기증 희망 등록자로 간주하는 시스템)을 가동해 보다 원활한 장기 기증을 돕고 있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장기 기증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노바티스는 서울대병원과 함께 장기를 기증한 사람과 기증받은 사람들이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히말라야 생명 나눔 원정대 활동을 펼쳤다. 등반은 성공적이었다.
인식개선 위한 캠페인 펼칠 때
흔히 장기를 기증받은 사람,준 사람 모두 건강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사회의 편견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도 해내기 어렵다는 히말라야 등반은 이러한 편견을 깨고 참여자들의 의지 역시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여러 기관과 단체들이 장기기증 문화 확산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지만 아직은 생명 나눔의 의미를 공감하는 이들이 부족한 형편이다. 더 많은 관심과 장기기증 서약의 의미 및 문화 확산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과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잘사는 나라,선진국의 기준은 단지 국가 경제 규모를 나타내는 수치에만 있지 않다. 더 따뜻한 사회,더 많이 나누는 사회 역시 선진 한국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 '나누는 것'에 관심을 쏟을 때이다.
피터 야거 < 한국노바티스 사장 >
경제력 비해 장기기증 너무 낮아
한국에 와서 큰 차이를 느낀 점 중 하나가 바로 장기기증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 차이다.
나의 고향인 유럽은 장기기증 문화가 크게 확산돼 있고 인식도 높은 편이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2월 고 김수환 추기경이 마지막으로 남긴 사랑의 선물,각막 기증으로 장기이식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당시 장기기증 희망 등록 건수가 2008년 9만3000명에서 2009년 한 해 동안 20만7000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나 역시 지난해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에는 1만7055명의 환자가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며 장기이식을 받는 환자들은 평균 3년 11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특히 장기기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대기자가 지난해 406명에 달했다고 한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1년이 지난 지금 장기기증 열기도 점점 식어가 장기기증 서약건수가 추기경 선종 이전의 수치로 다시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유럽에서 장기 기증이 보편화되고 효율적인 장기 구득 시스템이 구축되기까지는 인식 제고와 법안 마련 등을 위해 오랜 기간 적극적인 캠페인이 필요했다.
스페인의 예를 들어 보자.스페인에서도 십여 년 전에는 종교적,심지어는 미신에 의해 장기기증이 금기시됐다. 그러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효율적인 장기 구득 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스페인의 장기 기증 문화는 세계적으로 손꼽힌다.
스페인에서는 장기 기증자와 그 가족의 자필 동의서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의서가 확인된 모든 기증자들은 국가기관에 등록되며 기증자가 교통사고,질병 등으로 사망했을 경우 기증자에 관련된 정보는 바로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로 보내진다. 24시간 운영되는 이 병원은 장기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해 병원 · 공항 · 경찰 · 응급구조요원들과 연계할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5000명이 넘는 전문상담 인력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이런 노력으로 스페인의 장기 기증 비율은 한국의 열 배가 넘는 100만 명당 34.3명에 달한다.
나의 모국인 네덜란드에서는 옵트 아웃 시스템(opt-out system:장기 기증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경우 전 국민을 잠재적인 장기 기증 희망 등록자로 간주하는 시스템)을 가동해 보다 원활한 장기 기증을 돕고 있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장기 기증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노바티스는 서울대병원과 함께 장기를 기증한 사람과 기증받은 사람들이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히말라야 생명 나눔 원정대 활동을 펼쳤다. 등반은 성공적이었다.
인식개선 위한 캠페인 펼칠 때
흔히 장기를 기증받은 사람,준 사람 모두 건강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사회의 편견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도 해내기 어렵다는 히말라야 등반은 이러한 편견을 깨고 참여자들의 의지 역시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여러 기관과 단체들이 장기기증 문화 확산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지만 아직은 생명 나눔의 의미를 공감하는 이들이 부족한 형편이다. 더 많은 관심과 장기기증 서약의 의미 및 문화 확산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과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잘사는 나라,선진국의 기준은 단지 국가 경제 규모를 나타내는 수치에만 있지 않다. 더 따뜻한 사회,더 많이 나누는 사회 역시 선진 한국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 '나누는 것'에 관심을 쏟을 때이다.
피터 야거 < 한국노바티스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