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분 9%(7254만주)를 블록세일을 통해 8일 매각했다. 예보는 당초 7%(5642만주)를 판다는 계획이었으나 유럽과 미국 기관투자가들의 매수 주문이 쏟아지면서 당초 계획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블록세일은 종가인 1만6000원에서 4% 할인된 1만5400원에서 입찰이 시작됐으나 2.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할인율 없이 매각돼 1조1600억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하게 됐다. 예보는 과거 외환위기 이후 우리금융에 약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고,지금까지 세 차례의 블록세일을 통해 모두 4조원을 회수했다. 이번 블록세일로 예보가 회수할 공적자금은 5조원을 훨씬 웃돌게 됐다.

블록세일은 가격과 물량을 미리 정해 놓고 특정 주체에게 일정 지분을 묶어 일괄 매각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의 1분기 순익이 4500억원 안팎으로 시장 기대치를 초과한 데다 삼성생명 등 보유 유가증권의 매각 이익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돼 해외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투자자들은 이날 전격적인 블록세일로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확인됐다고 판단,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장 관계자는 "이번이 우리금융 지분 인수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조급함도 해외 투자자들이 몰린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블록세일 당시 주가는 1만6050원으로 이날 종가보다 높았으나 당시에는 4.36%의 할인율이 적용돼 실제 주당 매각가격은 이번 블록세일 가격보다 5000원가량 낮은 1만5350원에 그쳤다. 이와 관련,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가격에 대한 평가는 언제와 비교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일단 매각하면 민영화에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것인 만큼 정부의 민영화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블록세일로 예보가 보유 중인 우리금융 지분은 66%에서 57%로 떨어져 곧바로 민영화를 단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근접했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한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12조8900억원이며,블록세일 후 정부 보유지분의 시장가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할 경우 7조3000억원 수준이다.

정부는 57%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우리금융 민영화를 실시하거나 우리금융에 자사주 형태로 50%+1주를 제외한 소수지분을 추가로 매각한 뒤 민영화 절차를 밟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민영화의 속도를 더한다는 차원에서 블록세일 이후 남은 분량에 대한 자사주 매입 의사를 밝힌 상태이지만,예보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민영화 방안은 상반기 중 확정돼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영화 방안으로는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 또는 하나금융과의 대등합병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날 블록세일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을 외환은행 매각 절차와 연관시켜 해석하고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절차를 앞당겨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 의지를 시장에 재확인시킴으로써 시장의 관심을 환기시키겠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이심기/정재형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