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밤 코스닥 상장사인 액티투오 박모 대표(43)가 검찰에 전격 구속됐다. 검찰 출입 기자들조차 사전에 알지 못한 사건이었다. 검찰이 밝힌 그의 핵심 혐의는 세 가지.1100억원대의 횡령과 734억원의 배임,주가 조작이었다.

박 대표는 구조조정 전문업체인 이노버티브홀딩스 대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2008년 2월1일.그는 160억원가량의 빚을 내 액티투오를 인수했다. 석 달 후 액티투오는 525억원을 외부에서 조달해 다른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씨디를 사들였다. 에스씨디는 같은 해 말 코스닥 상장사인 엔티피아를,1년 후에는 에듀패스를 거푸 손에 넣었다.

박씨가 이렇게 이노버티브홀딩스를 일종의 지주회사로 삼아 인수 · 합병(M&A)한 회사는 약 2년간 코스닥 상장사 4곳, 대영강재 나노허브를 비롯한 비상장사 7개 등 11개사에 달했다. 5개월 뒤인 지난 7일.박씨는 횡령 및 배임,주가 조작 등의 혐의로 영장이 발부돼 수감됐다. 박씨가 M&A를 진행한 지난 2년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무자본이 자본이었다

8일 검찰에 따르면 박씨가 사용한 기법은 무자본 M&A였다. 돈을 빌려 사고 산 기업을 담보로 다시 다른 기업을 사는 형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M&A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부채를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인수한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자 사채업자 등에게 담보로 제공한 주식이 반대매매돼 경영권을 잃을 상황에 처했다. 연쇄반응이었다.

자금이 필요해진 박씨의 모험은 여기서 더 커졌다.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양호한 에스씨디,엔티피아,대영강재 자금을 다른 회사의 대여금 명목으로 인출한 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유혹에 빠졌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박씨가 에스씨디에서 813억여원, 엔티피아에서 121억여원,대영강재로부터 173억여원 등 모두 1172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또 사채자금 등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인수사에 불필요한 채무를 안기는 배임 행위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2009년 2월 에스씨디 유상증자를 시도했다. 139억원이 필요했던 그가 기댄 곳은 사채업자 김모씨.여기서 30억원을 차입하고 김씨로 하여금 또 다른 30억원으로 유상증자에 참여케 했다. 물론 박씨는 김씨에게 원금 보장을 약속했다. 박씨는 이 과정에서 김씨에게 60억원의 에스씨디 당좌수표를 담보로 제공했다. 에스씨디에 해당 액수만큼의 손실을 끼쳤다는 게 검찰의 조사 결과다. 이런 식으로 박씨가 에스씨디 등 인수사에 끼친 손실은 총 734억원.

◆'검은머리'이용해 주가 조작

박씨는 주가 조작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2008년 5월 에스씨디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에스씨디 주식 대부분을 사채업자나 금융기업에 담보로 제공하고 차입했다. 이후 에스씨디 주가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로 급락,박씨는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했다. 박씨는 2008년 11월 홍콩계 P사모펀드의 실소유주인 한국인 문모씨로 하여금 해외법인을 통해 에스씨디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토록 했다. '검은머리 외국인'을 이용해 에스씨디에 투자한 것처럼 보이도록 한 것.문씨는 2008년 11월27일 P펀드의 외국인투자 전용계좌 등을 통해 에스씨디 주식 6만2781주를 1억7800만여원에 매수하는 등 2009년 1월7일까지 총 65만6480주 19억여원어치를 매수했다. 이들의 범행은 검찰이 외국계 펀드와 국내 회사들의 주가 조작 공모 혐의를 기획수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다음 주 수사를 마무리하고 공식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액티투오 관계자는"과거 발생한 경영사안 등에 대해 면밀히 재검토하는 한편 변호사를 선임해 수사기관 등이 제기한 문제들을 기초로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