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세무당국(IRD)이 부동산 탈세를 적발하기 위해 슈퍼컴퓨터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홍콩 일간 더 스탠더드가 7일 보도했다.

추얌위엔 IRD 국장은 "부동산 투기꾼들을 잡기 위한 방법으로 슈퍼컴퓨터를 도입해 단기 매매를 세밀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세무당국이 2008~2009년에 걸쳐 밝혀낸 부동산 투기꾼은 4300명에 이른다. 2006~2007년의 2500명을 크게 웃돈다.

IRD 직원들은 △부동산 매매 빈도 △부동산 취득 건수 △부동산 보유 기간 등을 조사해 투기 혐의자를 가려낸 뒤 이들을 개별적으로 집중 조사하게 된다. 부동산 보유 기간이 짧은 투자자일수록 조사 대상에 우선적으로 오른다. 홍콩에서는 2002년부터 구입한 지 한 달 이내에 부동산을 되판 투자자에게 양도세를 매기고 있다.

홍콩이 부동산 탈세 잡기에 적극 나선 것은 실수요보다는 투기가 늘면서 부동산 버블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홍콩 정부가 이달부터 고급 부동산 거래에 부과하는 인지세율을 3.75%에서 4.25%로 인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콩의 지난해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29% 상승했다. 고급 부동산의 경우 40% 이상 급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홍콩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데는 중국의 신흥 부유층이 뭉칫돈을 들고 대거 몰려든 것도 주요인으로 지적된다. 차이나데일리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인들 4명 가운데 1명은 "부동산은 주거가 아닌 투자의 대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