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브랜드 'MCM'을 인수해 명품 브랜드로 부활시킨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54)은 톡톡 튀는 여성 경영인이다. 무엇을 하든 평범한 것과는 한사코 거리를 두려고 한다.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코디는 물론 매장을 꾸밀 때도 철저한 차별화를 강조한다. MCM 백에 집요하게 '가치(value)' '기능(function)' '품질(quality)'을 고루 담아내려고 노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김 회장은 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플라자호텔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세계 명품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자신의 경영 비결로 소명의식에서 나오는 창의력을 꼽았다.

명품 브랜드의 입지를 굳건히 하기 위해 3년 동안의 노력을 통해 미국 시장에 재진입한 김 회장은 이제 중국의 명품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현재 속도로 영역을 확장해간다면 전 세계를 정복하는 것도 시간 문제"라며 "중국에 먹히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공격하는 길뿐이다"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인 베르사체가 일본 시장에서 철수해 중국에 올인하고 있는 것도 중국 시장의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 시장을 글로벌 명품 기업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중국은 처녀 시장이기 때문에 처음에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초고가 브랜드인 에르메스(Hermes)보다 좋은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중국 상하이 최고의 명소로 손꼽히는 '스리 온 더 본드(Three on the Bund)'에 MCM 초대형 매장을 연 것도 이 같은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5년 안에 중국에 50개의 매장을 열어 아시아에서만 8억달러의 매출을 거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MCM 브랜드는 미국에서 고급 백화점인 삭스피프스 애비뉴,최고급 호텔인 뉴욕 플라자호텔 등에서 샤넬,루이비통 등과 동등한 입지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김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소개하면서 "야망을 가진 한국 여성 기업인이 빛바랜 명품 브랜드 MCM을 인수해 부활을 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3월 말까지 지난 1년 동안의 미국 내 매출이 500만달러를 기록했다"며 "미국 내 매출의 60%가량을 지난해 입점한 삭스피프스 매장에서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고 김수근 대성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김 회장은 1990년 국내에 럭셔리 브랜드 '구찌'를 수입 판매하면서 명품 마케팅 노하우를 익혔다. 1992년부터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독일 패션잡화 브랜드인 MCM을 한국 시장에 선보여 오다 2005년 인수했다. 지난 2월에는 MCM이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에 들어가 업계의 화제를 모았다. 지난 4년간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2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