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미래학자가 쓴 《메가트렌드 차이나》를 덮는 순간 떠오른 건 미국의 저널리스트 에드가 스노가 쓴 《중국의 붉은 별》이었다. 지난해 중국어로 출간된 이 책을 인민일보가 2009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때문만은 아니다.

스노처럼 나이스비트도 중국에 대한 서방의 편견을 거부하고 중국 내부의 시선으로 중국을 보려 했다. 스노가 마오의 배려로 대장정(大長征)을 취재할 수 있었던 것처럼 나이스비트 역시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의 사적인 만남을 비롯해 고위 관료들과 면담 등을 통해 중국 내부의 은밀한 발언에 접근할 수 있는 전례없는 승인을 얻었다. 나이스비트의 메시지는 간결하다.

"세계의 공장,자유가 부족한 일당(一黨) 체제,헐벗고 더러운 인민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의 중국'은 잊어라.중국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발전하고 있다. "

그는 30여년 전 붕괴 직전에 놓인 '주식회사 중국'이 덩샤오핑이라는 과감하고 확신에 찬 최고경영자(CEO)의 취임 이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기업에 오른 힘의 원천을 8가지로 정리했다. 2050년 중국을 세계 중심에 올려 놓을 숨은 동력들이다.

그는 첫 번째 발전의 원동력으로 정신 해방을 꼽았다. 덩은 "우리의 영혼을 구속하는 족쇄를 벗어던지자"고 했다. 개인이 공헌할 여지가 없는 하향식 중앙집권화 사회는 시장경제를 꽃피울 수 없다는 게 덩의 판단이었다. "발에 묻은 진흙을 보려면 밭에서 나와야 한다"는 그의 정신해방 지론은 농민들이 일한 만큼 수익을 챙기고,민영 기업인을 등장하게 했다.

정신 해방 덕에 하향식 지배와 상향식 참여가 균형을 이뤄가면서 '수직적 민주주의'라는 새 정치모델이 중국을 이끌기 시작했다. 그는 선거 때마다 혼란과 분열을 겪는 서구의 '수평적 민주주의'를 옛 소련의 붕괴와 연계시킨 뒤 수직적 민주주의가 중국 지도부가 안정된 지배체제 하에서 아래로부터의 의견을 수렴해 장기간에 걸친 전략적 계획을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경제발전을 개혁의 목표로 정하고 이에 맞는 전략적 틀을 만들어 그 안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도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외국 자동차의 중국 진출 때 합작을 의무화해 해외자본과 기술을 사용한 산업화 전략이 한 사례다.

독일 아우디 기술자 출신인 비(非)공산당원인 완강을 과학기술부장에 임명하는 등 당 외부 인사까지 정부 요직에 임명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도 성장의 동인이 됐다. 중국 미래의 문화를 선도할 예술과 학술의 힘,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대외관계 전략,경제적으로 성공한 소수와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다수간의 균형을 맞추려는 투쟁,우주 · 항공 · 로봇 · 전기차 분야의 약진 등도 중국의 미래를 밝게 하는 강점들로 꼽았다.

나이스비트는 또한 중국의 미래를 열어갈 추진력은 교육이라며 교육체제가 수동적인 학습과 시험 위주의 성과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한 혁신적 사고와 기업가 정신을 기를 수 없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기술혁신 정책이 보호주의 장벽으로 변질되고,우량 민영기업을 부실 국영기업이 밀어내는 반시장경제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데 대한 분석이 없는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