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화단에 국내외 유명 사진 작가들의 작품전이 줄을 잇고 있다.

프랑스 작가 나다르의 초상전과 스티브 매커리의 인물 · 다큐멘터리 사진전,몽상적인 내용을 담은 중국 작가 미야오 샤오춘의 개인전,국내 작가 배병우씨의 신작전,김중만씨의 아프리카 작품전 등이 한꺼번에 열리고 있다.

그동안의 '잡화점식' 전시에서 벗어나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작가들이 각기 다른 테마를 다룬 기획전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디지털 문화의 확산으로 사진과 그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인물 · 다큐 · 풍경 넘나들어=1985년 '내셔널 지오그래픽'표지에 실린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녀의 사진으로 '스타 덤'에 오른 스티브 매커리의 인물 · 다큐 작품전이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됐다. 사진가 그룹 매그넘의 대표 작가인 매커리는 파괴된 탱크 옆의 소,물에 빠져 죽은 병사 옆의 화초 등 강렬한 작품으로 '영혼의 울림'을 준다. 이번 전시에는 아시아 지역의 풍경,소녀 등 다양한 다큐멘터리 사진 100여점을 걸었다. 5월30일까지.

나다르(1820~1910년)의 초상 사진 작품전은 서울 역삼동 아트앤뮤지움(16일~5월14일)에서 열린다.

나다르는 세계 최초로 기구를 이용해 공중 촬영을 시도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1859년 들라크루아와 보들레르,밀레 등을 모델로 한 초상 사진 150점을 선보인다. 6월6일까지.

국제성을 인정받고 있는 배병우씨의 신작들은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본사 1,2층에 새로 문을 연 갤러리 '일우 스페이스'에 걸려있다. 제주의 오름과 고향 여수의 풍경을 담은 바다와 섬,서해안 굴업도 사진이 눈길을 끈다.

몽상적인 내용을 담은 중국 작가 미야오 샤오춘의 개인전도 10일부터 서울 화동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시작된다. 아라리오 전속 작가인 그는 다음 달 16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에서 로봇처럼 생긴 인물들이 구름 위에서 활동하는 사진 10점과 영상 작업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이 밖에 패션 · 광고 사진의 대가인 기 부르댕 전시회(서울 청담동 꼬르소 꼬모),주로 보름달을 테마로 밤 풍경을 찍는 앨런 대런의 작품전(PKM트리니티 갤러리),아프리카 풍경을 감각적으로 잡아낸 김중만씨의 사진전(청담동 편집매장 도데카) 등이 이어진다.

◆32억원짜리 작품까지 등장=사진은 실험성과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한 현대미술 장르다. 20~40대 영상세대를 중심으로 사진 애호가층이 두터워지면서 해마다 작품전이 늘고,작가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가격은 그림보다 싼 편이다. 컬렉터들이 유망한 작가들의 사진 작품을 많이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8년 2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에드워드 스타이켄의 사진 작품 '달밤의 연못(The Pond-Moonlight)'이 무려 290만달러(약 32억원)에 낙찰돼 사진 분야 최고 경매 낙찰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진평론가 김남진씨는 "최근 사진 예술은 조각,영상,회화 등 다른 장르와 넘나들면서 새로운 형식과 미학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다이내믹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작가들의 독특한 테마 작품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