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올 1분기 실적에 대해 '기네스'라고 표현한다. 성수기 · 비수기를 막론하고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낼 것이란 확신이다. 대한항공 역시 애널리스트들마다 1분기 최대 실적을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 등 항공으로 실어나르는 제품의 글로벌 물동량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하늘길'만큼은 아니지만 '바닷길'에도 봄날은 오고 있다. 경기와 직결되는 컨테이너선 시황이 여전히 바닥이긴 해도 자원 수요를 보여주는 벌크선 시황이 금융위기 직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자원을 많이 쓴다는 것은 곧 완제품 공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운업계 '턴어라운드'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비상하는 항공 산업


요즘 항공업계에 비수기가 사라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국제 여객 수송 수가 89만명에 육박,창사 이래 월간 최대치를 달성했다. 대한항공 역시 이달 국제선 예약률이 81%에 달해 2008년 70%를 훌쩍 넘겼다.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경기 회복으로 화물 운송량까지 급증하면서 국내 항공사들이 오랜만에 비상을 준비 중이다.

최근 항공업계의 호황은 작년까지 영업적자에 시달렸던 아시아나항공의 극적인 '턴어라운드'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윤영두 사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 1분기 실적은 아시아나 역사상 기네스 기록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한항공 역시 항공업계의 호황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최근까지 매달 국제 여행객 수가 월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외 환승 수요가 급증한 데다 경기가 살아나면서 그동안 위축됐던 기업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며 "기업설명회(IR) 등 기업의 해외 행사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도 이달 국제선 평균 예약률이 75%에 달하며 성수기인 1분기에 버금가는 운송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다음 달에도 일주일가량 지속되는 일본의 골든위크가 끼면서 항공 수요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경기침체 등으로 움츠렸던 항공 수요가 급반전하고 있는 데다 화물 수요도 예년 수준을 회복해 항공업계의 특수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항공사들이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외국인 유치에 성공한 것도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해외발(發) 국제 여행객 수가 60%를 웃돈다.

◆해운,더 이상 하락은 없다

해운업계 시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는 '이제 바닥은 쳤다'는 것이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시황분석센터장은 지난달 30일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해운시황 및 이슈 세미나'에서 "해운 시황이 지난해 저점을 지나 올해 점진적인 회복세에 진입하고 있다"며 "각국의 내수경기부양 시책, 소비심리 회복 등으로 해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1분기 해운 시황이 전년 대비 대폭 개선됐다"며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 역시 지난해보다 4.5% 늘어난 1억3000만TEU로,금융위기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주는 BDI지수는 최근 3000포인트 선을 넘나들며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뛰어올랐다. 절정기였던 2007년께엔 1만4000까지 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회복 기조인 것만은 분명하다.

중동~극동 간 VLCC(초대형유조선) 운임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상승했다. 유조선 시황도 올 들어 중국 수입물량 증가와 함께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유조선운임지수(World Scale)는 평균 91.4로,지난해 1분기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와 직결되는 컨테이너 시황이 여전히 문제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4분기 이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계류율이 여전히 10%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에 비해서는 훨씬 나아지겠지만 V자 커브는 안 될 것"이라며 "회복 속도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