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통상 18~24개월의 숙성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난해 가을에 수확한 포도로 담근 와인은 2011년이 돼야 시장에 출시된다.그러나 프랑스 보르도지방 최상급 와이너리에서는 이보다 1년쯤 전부터 와인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선물’(futures)계약 형태의 사전 판매(앙 프리뫼르)를 진행한다.
아직 병에 들어가지 않은 와인을 놓고 이뤄지는 선물계약은 1년 뒤 정식 출시되는 와인에 비해 15% 가량 저렴하다.그러나 최종 와인의 맛과 수요 등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리스크가 따른다.
와인전문가들은 2009년 빈티지(포도 생산연도)의 보르도 와인이 지난 100년간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던 2005년 빈티지보다 더 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어느 때보다 포도 성장기에 햇볕이 좋았기 때문이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투자등급 와인의 가격은 장기적으로 연평균 15% 상승했다.1990년산 ‘사토 라피트 로쉴드’의 경우 1992년 출시땐 12병짜리 한박스 가격이 800달러였으나,지금은 9000달러에 이른다.2008년 금융위기 당시엔 와인가격이 정점대비 22%나 급락하기도 했다.
WSJ은 와인투자로 돈을 벌려면 기본적인 ‘룰’부터 챙겨야 한다고 조언한다.첫째는 보르도 와인에 집중하라는 것.대부분의 투자등급 와인은 10년 이상 뒀다 마셔야 좋은 보르도 와인들이다.라투르,페트뤼스,랭쉬-바쥬 등의 보르도와인은 투자자들이 몇박스씩 쌓아둬도 될 만큼 충분한 물량을 생산한다.어느 정도 유동성이 있다는 얘기다.수요가 꾸준해 필요시 재판매도 쉽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의 스크리밍 이글,할란,헌드레드 에이커 등 소량만 생산되는 소위 컬트와인은 투자등급 와인이긴 하지만,보르도 와인 만큼 수요가 많지 않다.
투자대상 와인을 고를 땐 빈티지가 중요하다.최근 10년 동안엔 2000년,2003년,2005년 빈티지가 좋은 평가를 받았고,2009년 빈티지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특히 투자등급 와인을 내다팔 땐 출처가 중요하다.
요즘은 와인도 ‘짝퉁’이 판치기 때문에 와이너리나 이름있는 와인상 또는 경매회사가 판매했다는 ‘증명’이 있어야 한다.소더비경매에 따르면 이러한 서류가 없을 경우 통상 와인가격이 20~30% 가량 깎여 거래된다.
와인 비평가들이 매긴 ‘등급’도 중요하다.투자와인은 최소한 ‘평점 95’ 이상이어야 한다.또 와인은 생산된지 5년 또는 10년이 됐을 때 가격이 뛰기 때문에 이보다 1~2년 앞서 구매하는 것도 요령이다.
WSJ은 이밖에 새로운 빈티지 와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을 때가 다른 빈티지의 와인을 구매하기 좋은 시기라고 전했다.2009년 보르도 와인의 ‘선물’거래 시기가 2005년산 5대 샤토(라피트,라투르,무통-로쉴드,오브리옹,마고) 와인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라는 설명이다.이 때는 트로플롱 몽도,파프 클레망,파비-마캥 등 2등급 와인의 가격도 일시적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