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700선에 안착하자 주가가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당초 상반기에 저점을 확인한 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승장이 펼쳐질 것으로 봤던 상당수 증권사들은 2분기에도 강세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정보기술(IT) 자동차 등을 필두로 국내 기업의 이익개선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자신감을 갖게 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의 강력한 매수세가 가세하고 있어 증시의 상승 탄력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2분기 중에 지수가 1900선에 도전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지수가 오를수록 펀드환매 압력이 커지는 것은 걸림돌이다. 출구전략이 당초 예상보다는 늦춰지고 있지만 하반기에 또다시 증시의 발목을 잡는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음 달 삼성생명에 이어 하반기에도 대규모 공모가 예정돼 있어 물량 부담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2분기 코스피 1900 도전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2분기 증시가 조정과정을 거칠 것이라던 기존 전망을 수정했다. 이미 1분기에 올해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돼 2분기부터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상승세에 접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우리투자증권은 △하락세인 경기선행지수가 6~7월 중 바닥을 형성하고 △선진국의 출구전략 지연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다시 팽창 중이며 △미국의 경기하락 위험과 중국의 위안화 절상 등 악재가 희석됐다는 점을 강세장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이 증권사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2분기부터 시작되는 상승장은 앞으로 3~4년을 겨냥한 중기 상승 사이클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동양종금증권은 올해 상장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작년보다 약 5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적개선은 주가수준 부담을 덜어준다. 국내 증시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선진국보다 30%,신흥시장보다 20%가량 각각 할인된 상태다.

2월 이후 증시 강세를 이끌고 있는 주역은 단연 외국인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수 기조는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기대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의 저금리 현상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국인의 순매수세는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선진국의 출구전략 지연과 확장적인 재정정책,경기저점 통과 기대감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선진국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6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이 가시권에 들어올 경우 '바이 코리아'의 강도가 세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대투증권은 2분기 이후 지수는 1980선까지 올라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동양종금증권은 올해 지수 목표치를 2120선으로 잡고 있다.

◆출구전략,펀드환매,공급증가는 부담

중장기 관점에서 국내 증시의 우상향 추세에 대해서는 증권사 간 큰 이견이 없지만 하반기 시황을 놓고서는 일부 다른 의견도 나온다. 2분기에 고점을 찍은 후 큰 폭의 조정을 받아 하반기에는 소폭 반등에 그칠 것이란 신중한 견해도 있다.

2분기 이후부터 물량부담 우려가 커지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5월 최대 5조원대로 예상되는 삼성생명의 상장에 이어 하반기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미래에셋생명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하이마트 등의 상장이 예정돼 있다.

펀드환매 움직임도 중요한 변수다. 당장 지난 2일과 5일 이틀새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1조300억원이 순유출됐다. 2007년 증시 고점에서 가입했던 일부 펀드 투자자들이 1700선을 회복하면서 손실을 줄이거나 원금을 확보하자 서둘러 환매에 나선 탓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최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 중 50%인 37조2000억원은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웃돌 때 설정됐다. 이 중 코스피지수가 1700~1800 사이에 유입된 금액은 9조6441억원에 달한다. 1800~1900선의 유입금액은 12조1151억원으로 더 늘어난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700선 이상에서 유입된 자금이 많아 지수가 추가 상승하면 환매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며 "외국인이 환매물량을 계속 받아준다면 지수는 상승할 수 있어도 일정 정도 물량소화를 위한 시간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주요 국가의 출구전략 시행 여부는 연말까지 눈여겨봐야 할 변수다. 소재용 연구원은 "미국 중국 등이 예상보다 빨리 출구전략에 들어갈 경우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다만 출구전략 실시 자체는 경기회복에 대한 강한 시그널로 볼 수 있어 단기적 충격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