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우리 '메가뱅크' 주도권다툼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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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원 행장-이팔성 회장 "금융산업 개편 우리가" 포문
최중경 경제수석 강한 의지…6월선거 이후 구체화 될듯
최중경 경제수석 강한 의지…6월선거 이후 구체화 될듯
"메가뱅크가 현실화될 경우 국민은행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강정원 KB국민은행장)
"금융산업 재편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더라도 우리금융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메가뱅크'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 간 인수 · 합병(M&A)을 통해 세계적 규모의 대형 은행을 만들자는 메가뱅크 방안에 대해 대형 금융회사 수장들이 나름대로의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그런 만큼 앞으로 은행 대형화 및 M&A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민-우리 "주도적 역할 하겠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2일 정기 조회에서 임직원들에게 "한국 금융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메가뱅크가 현실화될 경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을 튼튼히 해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업계 재편 과정에서 국내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메가뱅크가 추진될 가능성에 대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던 KB금융그룹이 우리은행 등 자산 규모가 더 큰 곳도 인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메가뱅크란 용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반드시 덩치가 큰 금융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이날 열린 우리금융 창립 9주년 기념사에서 "정부는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과 경쟁력 강화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상반기 중 민영화 방안을 확정할 것"이라며 "우리금융 민영화를 적극 지원하고 금융산업 재편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행장과 이 회장이 '메가뱅크 및 금융산업 재편 주도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메가뱅크 논의가 다시 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금융권에서는 청와대 경제수석에 최중경 주필리핀 대사가 내정된 이후 메가뱅크 탄생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 수석은 기획재정부 차관 시절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현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과 함께 은행의 대형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었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메가뱅크 논의는 우리금융 및 산업은행 민영화와 맞물려 있다. 정부 소유인 우리금융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면서 다른 국내 은행과 합칠 경우 세계적인 메가뱅크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이 '메가뱅크론'의 핵심이다.
만일 국민은행과 우리,산업은행이 합쳐질 경우 총자산(은행산업 작년 말 기준) 629조원의 메가뱅크가 탄생한다. 국민,산업은행과 하나은행을 합쳐도 542조원의 자산을 가진 대형 은행이 만들어 진다. 이 경우 자산 규모로 세계 50위권의 대형 은행이 생기게 된다.
우리은행을 우선 민영화해 다른 시중은행과 합병해도 대형 은행이 탄생한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합치면 자산 규모는 507조원에 이른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을 합쳐도 자산은 389조원으로 불어난다.
메가뱅크가 탄생한다면 그 시점은 올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메가뱅크 시나리오의 기본축인 우리금융의 민영화 시점이 6월2일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나 확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3개 은행이나 2개 은행을 합치는 대형화가 과연 바람직한가이다. 정부 지분을 그대로 갖고 합병을 추진할 경우 합병 은행도 결국 정부가 지배하게 된다. 궁극적인 민영화라고 할 수 없다. 덩치만 키운다고 해서 글로벌 은행이 되는 건 아니라는 주장도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가 매각을 재추진하고 있는 외환은행의 향방은 메가뱅크 탄생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메가뱅크 시나리오에서 거론되는 은행 가운데 하나가 외환은행 인수로 선로를 바꾼다면 은행산업 재편 논의도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