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한국 길목에서] 해외에 '코리안 가든' 만들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국경제·우리은행 공동기획
나는 언젠가 한번 근사하게 지어진 코리안 가든에 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보통 OO가든 하면 갈비집을 연상하기 쉬운데 그런 가든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미국 유학 시절 샌프란시스코의 한 공원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영국식 정원,독일식 정원 등 저마다 특색 있게 꾸며진 공원의 구석구석을 구경하다 보니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유럽 어느 나라의 정원인가 싶어 가까이 가보았더니 웬걸 재패니스 가든이라고 입구에 떡하니 쓰여있지 않은가. 한 번에 다 보여주지 않고 마치 보물이라도 숨겨놓은 듯 조금씩 보여주는 일본 특유의 섬세한 문화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잠시,왜 코리안 가든은 없나 하는 생각이 들자 슬며시 샘이 나기 시작했다. 같이 동행한 사람들에게 누가 이 재패니스 가든을 만들었냐고 물어보니 일본 기업들이 출연한 기금으로 조성되었다고 했다. 일찍이 재패니스 가든을 수출상품으로 인식한 일본은 정부와 기업들이 모은 기금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유명 도시나 유명 대학에 '일본식 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했다고 한다. 그 후에도 해외에 나갈 때마다 들르게 되는 유명한 공원에는 거의 대부분 재패니스 가든이 있었고 그때마다 나는 묘한 질투심이 났다.
그러고 보니 차이나타운,코리아타운은 많은데 차이니즈 가든,코리안 가든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다행히 최근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 '코리안 가든'을 조성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고 호주 등지에서도 교민들을 주축으로 코리안 가든 조성사업에 나선다는 이야기가 간간히 들린다. 해외에 코리안 가든을 조성하는 일은 현지인,그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물론 현지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한민족의 고유한 문화와 정신을 전파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적 투자이자 민족의 유산으로 남게 될 것이다.
우리도 이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우수성에 대해서만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 아니라 한국문화의 우수성에 대해서도 전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할 때가 오지 않았을까? 국가브랜드 관리 차원이나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 수립차원에서 볼 때 앞으로 선진국 사례를 답습하거나 그대로 벤치마킹하는 형태의 접근방식이 가져다 줄 성공확률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예를 들어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한국음식의 세계화만 해도 그렇다. 떡볶이냐 불고기냐 등 음식메뉴 개발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한옥으로 지어진 레스토랑이나 한옥호텔 등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아이디어를 먼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한국식 정원,한옥건축물을 보며 한국문화를 접하게 될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질 것이란 점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자신의 것을 지키려는 마음과 알리려는 마음이 자국의 문화를 선진국 문화로 키워가는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발표된 안홀트 국가브랜드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로는 세계 15위권이지만 조사대상 50개국 가운데 33위에 그치고 말았다. 국가브랜드가 경제 규모에 크게 미달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소프트파워가 갖춰지지 않는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국가적 차원에서 국가브랜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별도의 위원회까지 개설했다. 국가브랜드 가치 세계 15위권 진입을 목표로 발표된 10대 과제 중에는 대한민국 명품 브랜드 육성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국가를 대표하는 브랜드를 육성하는 사업 이전에 우리의 정체성을 우리 스스로가 존중하는 의식구조 정착이 선행돼야 한다. 결국 국가브랜드의 성장은 국민의식의 성장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1953년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은 6 · 25 전쟁 이후 폐허가 된 한국을 가리켜 '이 나라를 복구하는데 10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 전 세계가 놀랄만한 초고속 성장을 통해 근 50년 만에 그의 예측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대한민국 국가브랜드가 성장하는데 얼마나 걸릴까? 국가 브랜드를 키우는 작업은 단순히 시간과 돈을 많이 들인다고 해서 재크의 콩나무처럼 쑥쑥 자라는 게 아니다. 우리문화를 사랑하고 즐기려는 마음과 태도가 갖춰진 기반에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앞으로 해외 곳곳에 한국식 정원들이 많이 생겨서 지인들과 더불어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소망한다.
우창록 <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
미국 유학 시절 샌프란시스코의 한 공원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영국식 정원,독일식 정원 등 저마다 특색 있게 꾸며진 공원의 구석구석을 구경하다 보니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유럽 어느 나라의 정원인가 싶어 가까이 가보았더니 웬걸 재패니스 가든이라고 입구에 떡하니 쓰여있지 않은가. 한 번에 다 보여주지 않고 마치 보물이라도 숨겨놓은 듯 조금씩 보여주는 일본 특유의 섬세한 문화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잠시,왜 코리안 가든은 없나 하는 생각이 들자 슬며시 샘이 나기 시작했다. 같이 동행한 사람들에게 누가 이 재패니스 가든을 만들었냐고 물어보니 일본 기업들이 출연한 기금으로 조성되었다고 했다. 일찍이 재패니스 가든을 수출상품으로 인식한 일본은 정부와 기업들이 모은 기금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유명 도시나 유명 대학에 '일본식 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했다고 한다. 그 후에도 해외에 나갈 때마다 들르게 되는 유명한 공원에는 거의 대부분 재패니스 가든이 있었고 그때마다 나는 묘한 질투심이 났다.
그러고 보니 차이나타운,코리아타운은 많은데 차이니즈 가든,코리안 가든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다행히 최근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 '코리안 가든'을 조성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고 호주 등지에서도 교민들을 주축으로 코리안 가든 조성사업에 나선다는 이야기가 간간히 들린다. 해외에 코리안 가든을 조성하는 일은 현지인,그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물론 현지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한민족의 고유한 문화와 정신을 전파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적 투자이자 민족의 유산으로 남게 될 것이다.
우리도 이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우수성에 대해서만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 아니라 한국문화의 우수성에 대해서도 전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할 때가 오지 않았을까? 국가브랜드 관리 차원이나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 수립차원에서 볼 때 앞으로 선진국 사례를 답습하거나 그대로 벤치마킹하는 형태의 접근방식이 가져다 줄 성공확률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예를 들어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한국음식의 세계화만 해도 그렇다. 떡볶이냐 불고기냐 등 음식메뉴 개발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한옥으로 지어진 레스토랑이나 한옥호텔 등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아이디어를 먼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한국식 정원,한옥건축물을 보며 한국문화를 접하게 될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질 것이란 점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자신의 것을 지키려는 마음과 알리려는 마음이 자국의 문화를 선진국 문화로 키워가는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발표된 안홀트 국가브랜드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로는 세계 15위권이지만 조사대상 50개국 가운데 33위에 그치고 말았다. 국가브랜드가 경제 규모에 크게 미달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소프트파워가 갖춰지지 않는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국가적 차원에서 국가브랜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별도의 위원회까지 개설했다. 국가브랜드 가치 세계 15위권 진입을 목표로 발표된 10대 과제 중에는 대한민국 명품 브랜드 육성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국가를 대표하는 브랜드를 육성하는 사업 이전에 우리의 정체성을 우리 스스로가 존중하는 의식구조 정착이 선행돼야 한다. 결국 국가브랜드의 성장은 국민의식의 성장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1953년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은 6 · 25 전쟁 이후 폐허가 된 한국을 가리켜 '이 나라를 복구하는데 10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 전 세계가 놀랄만한 초고속 성장을 통해 근 50년 만에 그의 예측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대한민국 국가브랜드가 성장하는데 얼마나 걸릴까? 국가 브랜드를 키우는 작업은 단순히 시간과 돈을 많이 들인다고 해서 재크의 콩나무처럼 쑥쑥 자라는 게 아니다. 우리문화를 사랑하고 즐기려는 마음과 태도가 갖춰진 기반에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앞으로 해외 곳곳에 한국식 정원들이 많이 생겨서 지인들과 더불어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소망한다.
우창록 <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