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표소 앞 티켓 전쟁…사직구장엔 텐트도 등장

그라운드의 봄이 돌아왔다.

겨우내 야구 경기에 목말랐던 팬과 선수들은 야구의 계절이 돌아온 것을 일제히 환영했다.

기온이 영상 10도가 채 안 되는데다 바람까지 강하게 부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27일 2010 프로야구 개막전이 펼쳐진 각 구장은 야구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공식 개막전이 펼쳐진 인천 문학 구장을 비롯해 잠실, 대구, 사직구장 안팎은 일찌감치 야구 팬들로 붐볐다.

5개월 만에 공식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도 화려한 개막식 행사를 지켜보며 들뜬 표정이었다.

◇벤치..설렘과 긴장

디펜딩 챔피언 KIA와 이번 시즌 우승에 '올인'한 두산 등 우승 후보끼리 맞붙은 잠실구장의 벤치는 설렘과 긴장 속에서 개막을 맞았다.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갈고 닦은 실력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선수들은 경기 전 몸을 풀면서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아울러 상위권 팀의 전력이 크게 나아져 치열한 정규 시즌이 예고된다는 점에서 선수단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도 흘렀다.

KIA 주장 김상훈은 "지난 시즌 우승을 한 덕분에 팀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고 했고, 지난 시즌 홈런(36개).타점왕(127개)에 오른 주포 김상현도 "예년 개막전 때는 마음이 급했는데 올해는 한결 여유있는 심정으로 시즌을 맞는다"고 했다.

조범현 KIA 감독은 작년에 우승한 기억은 잊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로 "작년은 이제 부도수표가 된 셈이며 올해가 현금"이라면서 "선수단의 전체 컨디션은 나쁘지 않은데 뚜껑을 열어봐야 전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IA는 2005년부터 개막전 5연패를 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병일 KIA 수석코치는 "올해는 개막전에서 꼭 이겨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이날 선발로 내세운 켈빈 히메네스에 대해 주로 언급했다.

김 감독은 "피칭 패턴이 나쁘지 않은 투수"라며 "투수가 한 점만 주고 잘 막으면 좋겠으나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줄 점수는 주되 우리가 쳐야 할 때는 치는 식으로 경기를 풀어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중..'반갑다 야구야'

개막전 입장권은 2주 전부터 예매가 시작됐다.

잠실구장은 전체 2만7천장 가운데 2만2천장을 미리 팔았는데 일찌감치 매진됐고 미처 표를 예매하지 못한 팬들은 현장으로 몰려들었다.

팬들은 오전 11시부터 판매하는 표를 사려고 각 매표소 앞에서 장사진을 이뤘다.

일부 매표소 앞의 줄은 100m 가까이 늘어지기도 했다.

드라마 보조출연자로 KIA의 팬인 윤희중(29)씨는 "표를 사려고 오전 9시에 야구장에 왔다.

1994년부터 KIA를 좋아했고 특히 이종범의 팬이다.

KIA는 투수력이 건재한데다 전태현, 이종환 등 신인급 선수의 기량이 늘었기 때문에 2연패가 가능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원하며 고사를 지내는 열혈팬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찌감치 예매를 마친 '두산 베어스 팬들의 클럽' 회원 80여 명은 이날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잠실 야구장 바깥에 고사상을 마련했다.

이 클럽의 이강현(32) 회장은 "150일동안 한 없이 야구 개막을 기다려왔다.

우리는 두산의 옛 유니폼을 입고 실제 경기도 한다.

올해 두산 선수와 우리 팀 선수들의 건강과 두산의 우승을 바라는 마음에 고사를 지내게 됐다.

두산은 투수진이 보강된 만큼 올해는 꼭 우승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팬들의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이날 입장권은 낮 12시59분에 완전히 매진됐다.

전국 최고의 야구 열기를 자랑하는 부산 사직구장에서도 '매표 전쟁'이 벌어졌다.

미리 표를 사고자 텐트까지 동원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사전 행사..화려한 볼거리

잠실구장에서는 경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풍성한 행사가 펼쳐졌다.

밸리댄스 공연단 15명과 취타대 50명이 먼저 분위기를 띄웠다.

이어 치어리더 8명과 애크러배틱 안무팀 10명이 축하 공연을 이어갔다.

가수 김태우는 히트곡 '사랑비'를 라이브로 불렀고 서현진 MBC 아나운서가 양 구단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일일이 소개했다.

이어 두산 선수단은 사인볼 240개를 관중석에 나눠 던져 박수를 받았다.

퇴장했던 선수들은 양팀 선수의 각오를 소개하는 영상물이 전광판에 상영되는 가운데 MBC ESPN '달려라 홈런왕' 출연 어린이와 함께 다시 등장해 경기에 임했다.

시구는 밴쿠버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상화가 맡았다.

문학구장에서는 '그린 스포츠'라는 주제로 식전행사가 꾸며졌다.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SK와 한화 경기에 앞서 그린 스포츠 점퍼를 입고 개막을 선언했다.

유명인과 자전거 동호회원 500여 명이 그라운드에 자전거를 타고 들어와 SK의 그린스포츠 추진 의지를 보여줬다.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승훈이 시구, 모태범이 시타를 맡았다.

특히 올 시즌부터 지휘봉을 잡는 한화의 한대화 감독과 박종훈 LG 감독은 떨리는 마음으로 개막전을 맞았다.

특히 한대화 감독은 1983년(OB) 1990년(해태) 1997년(쌍방울) 3차례나 개막 1호 홈런을 때리는 등 개막전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부산에서는 여성 그룹 포미닛이 축하공연을 했고 포미닛의 리더 현아가 시구에 나섰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