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북한 내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업체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바로 평화자동차 얘기입니다.

최근 평화자동차 관계자를 만났습니다. 이 회사는 평양에서 불과 40㎞ 떨어진 항구도시 남포에 완성차 조립공장을 갖고 있습니다.

남포는 최근 북한에서 경제특구로도 지정됐죠.(과거 한국토지공사가 제2개성공단 후보지로 남포를 지목하기도 했을 만큼 공업적 입지가 좋은 곳입니다.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오직 공업용지 목적으로만 사용하라"는 유훈을 남겼다네요.)

평화자동차는 북한에서 유일하게 완성차를 조립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 회사가 70%,북한 공기업이 30%를 투자해 북한 내 합영회사를 세웠는데,북한 지도부도 개입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98년 설립됐고,고(故)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사업에 탄력을 받았습니다.(노 전 대통령은 2006년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을 대동하고 평화자동차 남포공장을 직접 찾기도 했었지요.) 지금은 임직원들의 방북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졌다는 게 이 관계자의 얘기였습니다.

평화자동차는 통일그룹 기업인 만큼,사내엔 일본인도 꽤 근무하더군요. 남포 현장근무 인력을 포함해서요.

남포 공장엔 350여 명의 생산직이 일하고 있는데,인건비가 개성공단보다 다소 낮다고 합니다.

차값은 대당 9000유로 안팎인데,대당 인건비가 워낙 낮다보니 수익을 낼 수 있다는군요. 작년에 처음 북한에서 이익금이 들어왔는데,50만 달러라고 했습니다.
[블로그뉴스] 북한 자동차 생산업체가 강남 한복판에?
이 회사가 2008년 북한에서 판매한 차량은 650대였습니다. 작년 1300대로 늘었고, 올해는 1800대가 목표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총 8종을 생산했는데,현재 3~4종을 주력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름이 특이합니다.

주력 승용차 모델은 '휘파람'이고,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뻐꾸기',11인승 미니밴(봉고)은 '삼천리'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륜구동형인 '뻐꾸기'를 좋아해 이름도 직접 지어줬다고 합니다. 유도선수 계순희가 이 차의 광고 모델로도 활약했다는군요.

'휘파람'이란 이름엔 '남성이 여성을 유혹할 때 내는 소리'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같은 제목의 유명한 북한 노래도 있지요.

현지의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SUV인 뻐꾸기가 잘 팔린다고 합니다.

평화자동차는 당초 이탈리아 피아트의 자동차 부품을 반조립제품(CKD) 방식으로 북한으로 들여와 조립했는데,지금은 대부분 중국 진베이자동차로 바꿨다고 합니다.

진베이는 조만간 한국 시장에 미니밴 등을 판매하겠다고 밝힌 업체입니다. 진베이가 남북한 양쪽에서 차를 파는 진기록도 세우게 되는 셈입니다.


이 회사는 한때 쌍용차의 체어맨을 남포에서 조립해 '백마'란 이름으로 팔기도 했습니다. 평양 시내 등에 입간판 광고도 제법 세웠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신차 소비자들은 누구일까요?

정부기관과 국영기업,무역업체,외국공관 등이 많답니다. 평화자동차는 이들을 위해 평양에서 전시회를 수 차례 열기도 했습니다.

현재 북한에선 고급 사치품에 대한 관세가 무척 높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벤츠 아우디 등 고급차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사치품 반입을 금하는 제제를 취하고 있지만 중국 등을 통해 여전히 유입되고 있다고 합니다.)

평화자동차가 북한 내 남포공장과 연락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합니다. 직통전화가 개설돼 있지 않은 탓이죠. 때문에 제3국을 통해 팩스 등으로 연락한다는군요. 불편하고 속도도 느리지만 지금은 익숙해졌다는 게 이 관계자의 얘기였습니다.

평화자동차는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민족 자동차'를 만들어 한국에 진출하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얼마나 팔릴 지는 다른 문제입니다만. 이 회사의 향후 행보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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