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자동차회사로 평가받던 일본의 도요타가 자사 차량의 대량 리콜 사태로 인해 미국 의회 청문회에 섰다. 도요타는 너무 빨리 달리다가 길을 잃었다고 반성했다. 도요타 차량의 급가속 피해자는 탐욕에 대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도요타를 질타했다.

도요타차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24일(현지시간) 예정된 미 하원의 감독 · 정부개혁위원회 청문회에 출석,모두발언을 통해 밝힐 내용을 하루 전에 미리 공개했다. 당일 쏟아질 의원들의 예봉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답변서에서 "도요타 차량 운전자들에게 깊이 사죄드린다"면서 "회사가 성장해 온 속도가 너무 빨라 두렵다"고 말했다. 도요다 사장은 "회사의 첫번째 우선 순위가 고객의 안전, 두 번째는 품질,세 번째가 외형이지만 우리는 인력과 조직을 발전시킬 수 있는 속도를 넘어 성장을 추구하는 바람에 혼란이 빚어졌다"고 인정했다. 또 "모든 도요타 차량에 제 이름이 부착돼 있는 만큼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쉼없이,절실하게 노력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이에 앞서 23일 미 하원 에너지 · 상업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첫날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급가속을 일으킨 도요타 차량의 전자식 연료조절장치에 결함이 없었는지 집중 추궁했다. 이날 청문회 방청석엔 미국 각지의 도요타 공장에서 상경한 근로자들로 인해 적정인원(150명)의 두 배 이상인 300여명이 몰렸다. 짐 렌츠 도요타 미국판매법인 사장은 "리콜로 급가속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렌츠는 "급가속과 관련한 소비자 불만 중 70%가 아직 설명되지 않아 모든 가능성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 급가속 피해자인 론다 스미스씨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도요타는 탐욕에 대해 부끄러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06년 렉서스 ES350을 운전하다가 시속 100마일(160㎞)로 급가속을 당했지만 가까스로 차를 멈춰 목숨을 건졌다.

미 감독당국의 허술한 대응체계도 도마에 올랐다. 왁스먼 위원장은 "자동차회사들은 전자시대에 진입했으나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기계시대적 사고방식으로 꽉 막혀있다"고 질타했다. 반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마녀사냥을 해선 안 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레이 라후드 미 교통장관은 미 정부가 GM의 지분을 60% 갖고 있어 도요타를 강경하게 대하고 있다는 일부 비난에 대해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