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술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애플.애플은 2007년 1월 회사 이름에서 '컴퓨터'란 단어를 뺐다. 'Apple Computer Inc.'에서 'Apple Inc.'로 사명을 변경한 것.1976년 설립된 컴퓨터 기업이었던 애플은 과거의 자기정체성까지 부정하며 공격적 혁신에 나서고 있다.

애플의 성공요인은 바로 공급자 중심의 사고가 아닌 소비자 니즈를 중시하는 생각에 기반을 둔 기술혁신이었다. 사실 애플 제품의 기술혁신에 사용된 기술은 그들만이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거나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애플이 성공한 것은 기술의 관점을 전문기술자나 마니아에서 일반소비자와 사용자로 옮기는 시장 중심의 기술혁신과 하드웨어기술을 콘텐츠-소프트웨어시장까지 연결시키는 전략적 기술혁신이 주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애플의 혁신은 연이은 신제품 실패로 위기에 직면했던 애플의 구원투수로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가 12년 만에 돌아온 1997년부터 시작됐다. 그는 누드 디자인으로 유명한 컴퓨터 아이맥(iMac)을 성공시켰다.

스티브 잡스는 당시 사람들이 인터넷 사용을 번거로워한다는 것을 간파하고 인터넷과 결합된 새로운 소비자 중심의 컴퓨터 아이맥을 만들었다. 아이맥은 기판과 모뎀,플러그와 모니터까지 본체에 통합하는 등 모든 장치를 통합해 낸 철저한 소비자 중심의 컴퓨터였다.

애플을 다시 유명하게 만든 제품은 2001년 겨울에 출시돼 현재까지 1억2000만대 이상 팔린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고객이 얼마나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느냐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아이팟은 미국인들이 음악을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까지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종전에는 좋은 음질을 내도록 만드는 것이 음원재생기기 개발의 핵심 개념이었다.

애플은 아이팟과 함께 음원 사이트인 아이튠스(iTunes)도 개설,음반 회사들과 협상을 통해 음악을 온라인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사용자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컴퓨터와 아이팟에서 음악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온라인 음악의 대중화를 이끌어 냈다. 현재 아이튠스의 온라인 음악시장 점유율은 70%를 넘는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중요해진 최근 환경변화는 기업들에도 기술혁신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하고 있다. 과거에는 품질혁신,원가절감 등 효율성이 중심이 되는 기술혁신이 유행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비자의 요구가 까다로워지면서 단순한 제품 품질보다는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기술혁신 패러다임도 고객가치 창조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가 간,학제 간 경계를 허물고 교류협력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개방형 혁신을 통한 고객가치 창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혁신 요건으로 △기술 집착증에서 벗어나고 △부분이 아닌 전체를 혁신시키고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하며 △제품이 아닌 문화를 팔고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자극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고 열린경영연구원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기술혁신 경영대상'은 미래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적인 혁신 활동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 온 기업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업 부문과 제품(기술) 부문으로 나눠 진행하는 이 상은 기업 부문의 경우 △기술혁신 경영전략(200점) △기술혁신 경영활동(400점)△기술혁신 경영성과(400점) 등을,제품(기술) 부문은 △기술혁신 비전 및 전략(100점) △기술혁신 활동(500점) △기술혁신 성과(기술적 성과 200점 · 경제적 성과 200점) 등을 종합해 평가한다.

이 상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인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 혁신활동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술혁신 기업 및 제품(기술)을 선정,시상함으로써 기업들의 기술혁신 의욕을 고취하고 국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수상자들도 기술혁신 활동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여 온 대한민국의 모범 기업들이다. 기업 부문에서 5개,제품(기술) 부문에서 14개,특별상 부문에서 1개사가 상을 받았다. 그랜드코리아레저,더존비즈온,메디아나,월드웨이,하나에버텍 등이 기술혁신 경영활동을 우수하게 해 온 기업으로 선정돼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