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장세…외국인 사는 '저가 대형株'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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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장서 덜 오른 보험·음식료·운수창고株 주목할만
코스피지수가 좀처럼 1630선을 넘지 못하고 박스권에 갇힌 양상이다.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도 위축된 투자심리를 반영,4일째 3조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지수가 제한된 범위 내에서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커 박스권에 적합한 투자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달 횡보장세에서 덜 오른 대형주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몰리는 종목에 우선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평가다.
◆코스피 이틀째 상승
23일 코스피지수는 1.80포인트(0.11%) 오른 1628.90으로 장을 마쳤다. 전날 뉴욕 증시가 약보합으로 끝난 영향으로 하락 출발한 지수는 외국인이 300억원 가까이 순매도한 탓에 장중 1620선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두바이 정부가 두바이월드에 50억달러를 채무변제 자금으로 배정했다는 외신이 전해지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외국인은 마감 동시호가 때 매수세로 돌아서 5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기관은 프로그램 매수에 힘입어 9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지수는 이틀째 상승했지만 시장 에너지는 크게 떨어진 상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3조5000억원대에 그쳤다. 지난달의 하루평균 거래대금(6조1500억원)의 절반을 겨우 넘긴 수준이다. 외국인이 매수세에 가담하고는 있지만 강도가 예전만 못하고 시장을 이끌 뚜렷한 재료가 없어 지수는 박스권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김태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1630선은 1월21일 이후 낙폭의 절반을 회복한 수준인 데다 2월 고점인 1631선,120일선이 지나는 1634선 등 3가지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어 기술적으로 강한 저항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횡보장에서도 일부 종목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2월 저점을 찍었던 지난 8일 이후 이날까지 지수가 4.90% 오르는 동안 현대미포조선(20.20%) 대우조선해양(15.79%) 등 조선주와 한진해운(18.47%) 현대상선(10.86%) 등 해운주는 선전했다. 부산은행(14.81%) 하나금융(13.04%) 등 은행주와 고려아연 엔씨소프트 두산중공업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순환매 대비한 전략 필요
증권사들은 단기적으로 박스권 국면을 염두에 둔 투자전략을 잇달아 소개하고 있다. SK증권은 증시가 일정 구간 내에서 횡보할 때는 직전 상승장에서 부진했던 업종에 주목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증권사 감민상 연구원은 "작년 3~5월 상승장 때 시장 평균에 못 미쳤던 전기전자 업종은 5~7월 조정장에서 코스피지수보다 11%포인트 앞섰다"며 "7~9월 상승장에서도 철강주 음식료주 통신주는 덜 올랐지만 9월 중순 이후 약세장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박스권에서는 업종별 순환매를 염두에 둔 전략이 필요하다"며 "최근 반등장에서 덜 올랐고 외국인과 기관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보험 음식료 운수창고주 등으로 매수세가 들어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해외 충격의 영향이 덜한 경기소비재 통신서비스 유틸리티 등 내수주와 주가수익비율(PER)이 시장 평균을 밑도는 대형주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IT주는 연간 이익 전망이 좋고 하반기 IT 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박스권 등락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기준을 충족시키는 종목으로 현대백화점 현대차 KT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등을 제시했다. 실제 이 종목들은 이달 횡보장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반면 김태우 연구원은 "당분간 지수가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없다면 개별종목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며 "철강 화학 인터넷 업종의 중소형주에 관심을 가지는 게 좋다"고 주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