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업이 뭐길래…의사·성악가까지 푹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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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전문가들 속속 화랑 개업
골프와 접목 등 차별화
사업 시너지 높다는 평가
골프와 접목 등 차별화
사업 시너지 높다는 평가
홍콩 최고의 리빙 스타일리스트 크리스틴 박(57 · 박영숙)은 지난해 말 서울 청담동에 크리스틴갤러리를 열고 국내 활동을 시작했다. 25세에 캐세이퍼시픽항공 승무원으로 입사하면서 홍콩으로 이주한 그는 틈만 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의 미술,패션과 리빙 아이템들을 섭렵하고 관련 전시회도 빠짐없이 좇아 다녔다.
36세에 승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리빙 스타일리스트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뒤 홍콩 대형 연회나 국가 귀빈 행사 대부분을 맡아왔다. 박씨는 "국내외 인기 작가들의 그림과 꽃장식,테이블 세팅,가구,푸드 스타일링 등을 융합한 신개념 전시 공간을 소개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술품이 대안 투자수단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기업인은 물론이고 리빙 스타일리스트,스포츠 마케팅 전문가,성형외과 의사,성악가,대기업 홍보전문가,카이스트 출신 사업가,공연기획자 등 전문직업인들이 아트 비즈니스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기존 갤러리와는 여러 면에서 차별화를 시도하며 이름부터 '살롱 드 H''페이스''닥터 박''갤러리 클럽''팔레 드 서울''아트스페이스 스푼''비컨갤러리' 등을 내걸며 예술과 소통하는 전시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페이스'갤러리는 성형외과 의사가 개업한 화랑이다. 박원진 원진성형외과 원장(48)이 그림을 통해 환자를 치유하기 위해 열었다. 갤러리 이름도 박 원장의 직업에 따라 페이스(얼굴)라고 지었다. 첫 기획전으로 영화배우 출신 화가 강리나씨를 비롯해 김윤 김춘수 김태호 서범석 윤동천 이두식 조덕현 지석철 차대영 함섭씨 등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 60여명이 참여하는 '2010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전'을 열고 있다.
스포츠마케팅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48)도 아트 마케팅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청담동 스포티즌 사옥에 화랑 '살롱 드 H'를 개관한 그는 "아트와 관람객의 유기적인 소통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9월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더 클래식 골프&리조트에서 개최된 'KLPGA 넵스 마스터피스'대회에서 '갤러리와 갤러리의 만남'이라는 테마 로 골프와 아트의 접목을 시도해 신선한 시도였다는 평을 받았다.
삼성자동차에 근무하다 홍보대행사(피알에이투지 · PR AtoZ)를 차린 심정택 대표(50)도 다음 달 서울 동부이촌동에 화랑 '비컨갤러리'를 열고 미술사업을 시작한다.
그는 "국민소득 2만~3만달러 시대에는 그림이 '소비'로 읽힌다"며 "미술사업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그림뿐 아니라 디자인,영상 설치,캐릭터 등을 유기적으로 접목한 아트페어(미술장터)사업도 구상 중이다. 개관전으로는 국내 중견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보여줄 예정이다.
KAIST 대학원을 졸업하고 기업 영상매체 홍보사업을 펼치며 화랑업에 뛰어든 사람도 있다. 이진구 아트스페이스 스푼 대표(43)가 대표적이다. 공학을 전공한 그는 화랑뿐만 아니라 온라인 미술품 판매사업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칭 '노림화가 후원회'를 만들어 유망 작가를 직접 지원하는 엔젤투자자로 나섰다. 그는 "앞으로 예술이 우리 삶 곳곳으로 편안하게 파고드는 실험을 더욱 많이 펼치겠다"고 밝혔다.
또 성악가 출신 이지수씨(41)는 작년 9월 기존 화랑과 차별화된 컨셉트로 사교 문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갤러리 클럽'을 오픈했다.
고급 문화 중심의 소셜클럽을 지향하는 '멤버십 갤러리'다. 주한 외교사절을 비롯해 대기업 임직원,전문직 인사들로 회원을 구성해 창의적인 비즈니스와 인적 네트워크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갤러리 클럽을 미술문화 중심의 새로운 노블리스 오블리제 실현의 장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공연기획사'행복을 뿌리는 판'을 운영하는 고완선대표도 최근 서울 홍지동에 갤러리 '스페이스 홍지'를 열고 김창열,이강소, 신문섭, 이우환씨 등이 참여하는'현대미술 5인전'을 마련했다.
김달진 김달진미술연구소장은 "경기침체로 미술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지난해 전시 공간은 서울 59곳,지방 40곳 등 99곳이나 새로 생겼다"며 "다양한 직업인들이 기존 화랑과 다른 형태의 전시 공간을 창출해 틈새시장을 공략할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