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이런 주사위 형태로 변신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한 변이 7.5㎝인 정육면체.이런 책 하나쯤 책상 위에 놓여있어도 좋겠다. 한 권은 《아이디어 블록》(제이슨 르쿨락 지음,명로진 옮김),또 한 권은 《크리에이티브 블록》(루 해리 지음,고두현 옮김,토트출판사).

글쟁이나 광고,영화,만화 등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욕심내볼 만한 책이라 하겠다.

이 책은 지갑이다. 그것도 빳빳한 아이디어로 꽉 찬 지갑이다. 돈이 필요할 때 지갑을 열어 돈을 꺼내 쓰듯이,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언제든 아이디어를 꺼내 쓸 수 있는 지갑이다. 이 지갑 속에 들어있는 빳빳한 아이디어는 수표나 카드가 아니라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찰이다. 아무 쪽이나 펼치면 그 자리에서 아이디어를 찔러 준다. 그냥 받아먹으면 된다.

그곳에 내가 목말라했던 아이디어가 없다면 미련 없이 덮고 다른 쪽을 펼치면 된다. 서너 번만 펼쳤다 덮었다 하면 그곳에 내게 잡힐 듯 말 듯했던 생각이나 힌트가 보란 듯이 놓여있다.

또한 이 책은 만남의 광장이다. 마크 트웨인,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우리가 만나고 싶었던 대문호와 베스트셀러 작가들을 끊임없이 만날 수 있다. 물론 그들의 인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생각과 습관과 노하우를 만나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막혔을 때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 출구를 찾아냈는지도 훔쳐볼 수 있다. 불꽃 튀게 하는 단어,상상력에 시동을 걸어주는 질문,그동안 잊고 살았던 기억 등을 수 없이 찔러 주고 던져 주고 깨우쳐 준다. 글쓰기 도전과제,집필원칙 등도 제시해 준다.

이 책의 결론은 무조건 쓰라는 것이다. 내 상상력을,내 글쓰기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쓰는 일을 당장 시작하라는 것이다. 때로는 이 책이 선생님이 되어줄 것이고,때로는 응원단장이 돼줄거라는 것이다. 쓰지 않는 핑계를 양손에 가득 들고 세월만 보내고 있는 사람에겐 이 책이 더없이 고마운 약이 될 것이다.

참 독특한 두 권의 정육면체.이 책들만 곁에 있다면 무엇에 대해 쓸까? 어떻게 다르게 쓸까? 하는 고민은 덜 수 있다. 꽉 채운 지갑을 들고 누군가를 만나러 나가는 든든함.누구나 이런 든든함으로 첫 문장을 시작할 수 있다.

정철 카피라이터,《내 머리 사용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