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규모 뭉칫돈이 몰렸던 주요 기업들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기대에 비해 부진한 투자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차 코오롱 등의 BW가 고수익을 내긴 했지만 상당수 종목들은 주가가 행사가격을 밑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주식과의 가격차를 이용한 단기 고수익을 노리고 투기적으로 BW 투자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작년 3월 4000억원 규모 BW 발행에 7조9000억원이 몰렸던 기아차의 주가는 1년여 만에 7500원대에서 2만1100원으로 3배 가까이 급등했다.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이 6880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BW 공모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은 연 5.5%의 채권수익률에 더해 206%의 평가차익을 올리고 있다.

채권에서 분리 상장된 워런트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상장 당시 2890원이었던 워런트 가격이 이날 1만4250원으로 뛰어 수익률이 무려 5배에 육박하고 있다. 기아차 주가가 해외법인의 수익성 개선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고공행진을 벌이자 싼 값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워런트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기아차에 앞서 BW를 발행한 코오롱도 기존 법인과 분할 상장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주가가 워런트 행사가(2만6800원)를 30% 이상 웃돌아 권리 행사 시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기아차와 코오롱을 제외한 나머지 아시아나항공 대우차판매 금호타이어 등의 BW는 시세가 행사가를 크게 밑돌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이날 종가는 3755원으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인 5000원보다 20% 이상 낮고,금호타이어는 행사가격이 5650원으로 현재 주가보다 42%나 높다. 그룹의 구조조정 이슈가 불거지면서 상장 초기 오름세를 타던 워런트 가격도 급락했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한때 3000원을 넘보던 워런트 가격이 올 들어선 500원 아래로 떨어졌다. 600억원 발행에 4조7000억원의 대규모 시중자금이 몰렸던 대우차판매 역시 주가가 행사가격을 7%가량 밑돌고 있어 투자자들은 연 7.0% 수준의 채권금리에 만족해야 하는 실정이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BW는 상장된 주식을 싼 값에 매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워런트 기능만 부각되는 경향이 있지만 엄연한 채권이라는 점에서 표면적인 수익률만 보고 투자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은 기업들이 대안으로 BW 발행에 나선다는 점 등에서 재무구조나 신용도를 주의 깊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실적이 부실한 기업들은 주가도 힘을 쓰기 어렵다"며 "순익이나 보유자산에 비해 단기 차입금 규모가 지나치게 많거나 매출채권 및 재고 자산이 많아 운전자금이 부족한 종목은 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하정 SK증권 연구원은 "향후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고 채권값에 비해 주가가 크게 저평가돼 있는 기업의 BW에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합병이나 분할 등 기업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발생할 경우 권리 행사가격이나 주가가 급변할 수 있다는 점 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