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치료, 오프라인 활동 강화.다양화해야"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20대 청년이 친모를 살해하고 닷새 동안 온라인게임만 하던 30대 남자가 갑자기 숨지는 등 게임 중독에 따른 사건, 사고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이 정도로 심각하게 게임에 중독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최근 인터넷 중독 증상은 생각 이상으로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게임 중독자 현황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의학계에서 인터넷 중독은 이미 일종의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게임중독 사건.사고 어떻길래 = 게임 중독에 빠져 어머니를 살해하는가 하면, 며칠간 게임에 몰두하다 돌연사하는 등 온라인게임으로 인한 사건.사고는 이제 더이상 외면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경기도 양주경찰서가 평소 온라인 게임만 한다고 꾸중하는 친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인 오모(22)씨 사례를 보면 더욱 그렇다.

오씨는 범행 직후 태연하게 TV를 보다가 집을 나와 또다시 게임을 한 것으로 드러나 게임 중독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충격적으로 보여줬다.

16일 서울 용산구의 한 PC방에서는 온라인게임을 하던 손모(32)씨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시간40여분 만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손씨는 설 연휴를 포함해 지난 12일부터 닷새 동안 PC방에서 게임에만 몰두하며 식사도 자주 거른 것으로 밝혀졌다.

게임 중독에 빠진 친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7월 전북 익산에서는 인터넷게임 중독 등으로 가정에 소홀하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최모(21)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최씨는 당시 경찰에서 "어머니가 몇 년 전부터 인터넷 게임에 중독돼 PC방에서 사나흘씩 밤을 새우는 등 집안일을 돌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전문가 "중독도 질환" = 어른이 다 된 사람들도 게임중독으로 자신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판단력이 흐려져 다시 자신을 조절하지 못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정영철 교수는 "게임 중독에 빠지면 전두엽 기능이 약화해 쉽게 흥분하고 참을성이 떨어진다.

감정 기복도 심하다"며 "중독으로 감각박탈 현상이 일어나면 밤과 낮 구분, 현실과 가상 구분도 잘 안 된다.

PC방과 같은 협소한 공간에 있으면 현실감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중독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조기 상담이나 개입 등으로 빨리 치료를 해야한다"며 "게임을 하더라도 일정한 시간을 정해 놓고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영철 교수도 "게임중독이 되면 자기 조절능력이 퇴화한다.

PC방 말고도 다른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돼 계속 PC방을 찾는 것이다.

게임중독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다른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게임을 안 할 때 과연 그 사람이 잘 지낼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청소년의 경우 PC방이 아닌 학교나 가정이라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게임 중독을 줄이기 위한 처방으로 오프라인 관계를 활발히 하고 다양화하라는 처방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대 이재열 사회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방에 틀어박히지 않게 친구들을 만나게 하고 가족과의 관계도 활발히 해 사이버 세계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줄여야 한다.

서클 활동 등을 촉진함으로써 운동이나 예술활동 같은 다른 재미를 찾아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서강대 게임교육원 이재홍 교수는 "앞으로 게임은 어쩔 수 없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중독을 막으려면 사회가 되도록 `일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또 부모가 스스로 기지를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