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없이는 세계의 어떤 문제도 풀 수가 없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G2(주요 2개국)란 말은 적합하지 않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

미국과 중국 간에 벌어지고 있는 G2 논쟁의 핵심은 간단하다. 중국을 G2로 볼 것이냐 말 것이냐가 그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당사자인 중국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고,라이벌인 미국은 G2라고 우기는 것이다.

여기에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의 대중(對中) 전략은 서방의 '이너 서클'에 중국을 끼워넣는 것이다. 미국 중심의 기존 세계질서(팍스 아메리카) 안에서 중국을 관리한다는 것.과거 냉전시대에 옛 소련과 이분법적으로 대립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싱크탱크인 미 진보센터(CAP)는 2008년 미 대선 직전 내놓은 외교정책 제안서에서 "미국이 중국을 국제시스템에 편입시켜 기후변화 대응 등과 같은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국제시스템 안에서 중국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을 '책임지는 이해관계자의 틀(responsible stakeholder framework)'에 가둬놓자는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의 주장과 유사하다. 2001년 서방 세계가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편입시킨 것도 중국을 국제적인 무역규정의 틀 속에서 관리하자는 목적이 적지 않았다.

문제는 중국이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물론 중국은 개혁 · 개방 초기부터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 가입까지 '서방 제도권의 룰'을 충실히 이행했다. 하지만 2005년을 전후해 외교정책의 지침이 '도광양회(韜光養晦 ·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 · 해야 할 일은 한다)'로 바뀌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경제적 성장을 바탕으로 기존질서에 대한 저항을 본격화한 것이다.

대표적인 게 이란 제재 문제다. 중국은 당초 2008년 이란의 우라늄 농축 핵프로그램에 반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지지했었다. 그러나 이란과의 경제적 이해관계는 미국과 다른 길(제재 반대)을 가도록 만들었다.

마틴 자크 영국 런던경제대학원 방문교수는 "중국이 내부적으로 축적하는 부의 속도가 외부가 가하는 영향력의 속도보다 훨씬 빨라 워싱턴의 가르침을 받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