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울지 않겠다'던 이상화(21 · 한국체대)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2차 레이스 후 우승을 확인하고 오른손으로 얼굴을 훔쳤다. 한국이 처음 참가했던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스위스) 이후 무려 62년 만의 숙원을 푸는 순간,저절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

한필화(북한)가 1964년 인스부르크 올림픽(오스트리아) 여자 3000m에서 아시아 여자 선수 중 처음으로 은메달을 목에 건 뒤로 일본과 중국의 메달 행진이 이어졌지만 금메달은 이상화가 처음이다. 한국은 1960년 스쿼밸리 올림픽(미국)에 처음 출전한 이후 유선희가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노르웨이)에서 5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다.

이상화는 17일(한국시간)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벌어진 여자 500m 1차 시기에 세계기록 보유자 예니 볼프(독일)와 17조에서 맞붙었다. 아웃 코스에 자리 잡은 이상화는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살짝 움찔해 다시 출발선에 섰다.

앞서 경기를 치른 '세계 2위' 왕베이싱(중국)이 38초48을 뛰었던 데다 빙질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상화는 2차 출발을 앞두고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출발 총성이 울리자 이상화는 재빨리 뛰어나갔고 100m를 자신의 최고 기록인 10초34에 끊었다. 이상화는 막판까지 역주를 펼쳤고,볼프보다 0.06초 빠른 38초24로 1위를 기록했다.

빙판을 정리하는 20분 동안 이상화는 워밍업실에서 가볍게 몸을 풀면서 심리적인 안정을 찾았다. 2차 시기 상대 역시 '숙적' 볼프.경쟁 선수들의 경기가 이어졌고,17조에서 경기를 치른 왕베이싱은 2차 시기에서 38초14를 뛰면서 1 · 2차 시기 합계 76초63으로 중간 순위 1위로 치고 올랐다.

이상화의 차례가 되자 전광판에는 38초39를 뛰어야만 왕베이싱을 이길 수 있다는 화면이 흘러나왔다. 이상화와 볼프가 출발선에 서자 사방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잔뜩 움츠린 이상화는 출발 신호와 함께 재빠르게 얼음판을 뛰어나갔다. 초반 100m가 약점이었던 이상화는 10초29로 오히려 1차 시기보다 빨랐고,볼프와 나란히 나머지 400m를 역주하면서 힘차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볼프와 이상화의 2차 레이스 기록은 각각 37초83,37초85.이상화는 1 · 2차 시기 합계 76초09로,볼프(76초14)를 간발의 차(0.05초)로 제치고 감격의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한편 함께 경기를 치른 이보라(24 · 동두천시청)는 26위(78초80)에 올랐고,안지민(18 · 이화여고)과 오민지(25 · 성남시청)는 각각 31위(79초14)와 32위(79초58)로 경기를 마쳤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