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있어 행복하다. 스물한 살 이상화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우리 여자선수가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지 50여년 만에 처음이다. 그제 동갑내기 모태범이 남자 500m 경기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데 이은 쾌거다. 한국의 남녀 선수가 빙속 세계 최고 스프린터 자리에 동시에 오른 것이어서 더욱 빛난다. 이에 앞서 이승훈이 5000m 경기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은메달을 거머쥔 것도 대단한 성과다. 정치는 뒤틀리고 취업난은 계속되고 있지만 국민들은 얼음판 위를 질주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역동적 모습에서 꿈과 자신감을 봤을 게 틀림없다.

우리 선수들의 선전은 한결같이 자신을 이겨낸 극기의 결과다. 이상화는 발목인대가 늘어나는 등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집안 거실에 걸린 달력에 '인생역전'이란 글을 써놓고 이를 목표로 피나는 훈련을 소화했다. 그동안 한번도 이겨 보지 못한 세계기록 보유자 독일의 예니 볼프와 당당하게 맞붙어 따낸 금메달이라 더 값지다. 주목받지 못했던 열패감을 엄청난 체력훈련과 집념으로 극복한 모태범,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꾼 지 불과 6개월 만에 세계적 선수로 성장한 이승훈도 '하면 된다'는 소중한 사실을 증명해냈다.

대회 초반 우리나라는 금메달 3개,은메달 1개를 수확하며 쟁쟁한 동계스포츠 강국들을 제치고 상위권으로 치솟았다. 이미 금메달 1개를 따놓은 쇼트트랙에서도 전통의 강호답게 남은 경기에서 메달을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 '피겨 여왕'이란 별명에 손색없는 실력을 갖춘 김연아도 어떤 연기로 팬들을 놀라게 할지 주목받고 있다. 장거리가 주종목인 모태범 역시 1000m,1500m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AP 로이터 등 외신들도 한국선수들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이변'을 비중있게 보도,우리가 동계스포츠 정상권에 진입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밴쿠버에서 연일 날아드는 낭보는 세종시를 둘러싼 극한대립,실업자 증가 등 짜증나는 뉴스에 지친 국민에게 모처럼 시원한 청량제가 되고 있다. 정치권을 포함한 사회지도층들은 이들의 선전에 부끄럽지 않게 나라안의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한번쯤 되돌아봐야 할 일이다. 자랑스러운 우리 선수들이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 국격(國格)을 한껏 높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