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를 짓누르던 글로벌 악재들이 조금씩 완화되면서 증시가 반등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악재 이후 시장은 다시 실적 대비 가격수준(밸류에이션)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가가 살 만한 영역에 진입했다는 의견과 기업이익이 불확실해 밸류에이션을 믿을 수 없다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설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16일 코스피 지수는 반등에 나서며 장중 1600선을 회복했다.

지난 주말 중국 정부가 예기치 못하게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상했지만, 지난번 인상 때와는 달리 증시에 큰 악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시장은 한 달 넘게 지속돼온 악재들에 대한 내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에 대해서도 지난 11일 유럽연합(EU) 정상회담 이후 지원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악재가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영향력은 서서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악재의 강풍이 지나간 이후 시장은 밸류에이션에 주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현수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수급이나 출구전략과 같은 정책 이슈는 시장에 일시적인 충격을 가할 수는 있지만 펀더멘탈(기초체력)을 훼손시키지 않는다"며 "결국 시장의 관심은 기업 이익이라는 가장 핵심적이고 근본적인 요소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PER(주가수익비율)은 약 9.2배로 지난 1년간 PER의 최하단 수준이다. 기업이익 전망치에 비해 주가가 싸다는 얘기다.

기업 이익 측면에서 지난 1 년간 12개월 예상 EPS(주당순이익)의 상승률은 70.4%인데, 지수는 41.5% 상승에 불과해 이익개선 속도가 지수 상승 속도보다 빨랐다.

곽 애널리스트는 "현재 PER 9.2배 수준은 EPS 상승률이 지수 상승률보다 높았다는 점을 감안해 저평가 영역"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밸류에이션 측정의 기본이 되는 기업이익이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PER 수준은 매력적이고 표면적으로는 추가적인 하락이 제한될 것이라는 예상을 할 만 하다"면서도 "밸류에이션의 기초가 되는 기업이익의 불확실성은 좀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기업이익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4분기 기업이익은 3개월 전 대비 24.4%, 6개월 전 대비 21.9% 하향 조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 애널리스트는 "올해 기업이익 전망치에 대한 신뢰성이 크지 않은 가운데 앞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며 "밸류에이션에 큰 믿음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시장 조정이 중기화할 가능성이 크므로 1분기 주식시장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