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에서 몸싸움은 피할 수 없다. 같은 트랙 경기인 스피드스케이팅이 기록으로 순위를 정하는 것과 달리 쇼트트랙에서는 결승선을 먼저 통과하는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기 때문.치열한 신경전과 몸싸움으로 상대를 제치는 것도 중요한 기술인 것.

그렇다고 몸싸움이 무한정 허용되는 건 아니다. 다른 선수를 고의적으로 밀었다고 판단되면 밀치기(impeding · 임페딩) 반칙이 주어지고 부적절하게 코스를 가로질러 다른 선수들의 주행을 방해하면 진로방해(crosstrack · 크로스트랙) 반칙이 주어져 실격 처리된다.

14일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 막바지에 추월을 시도했던 이호석(24 · 고양시청)은 밀치기 반칙으로 실격됐다. 추월하면서 이호석의 왼쪽 스케이트 날이 성시백(23 · 용인시청)의 왼발 무릎을 건드렸다.

몸싸움으로 인한 실격 여부는 심판진이 판단한다. 5명으로 구성된 심판진은 링크 안쪽에 3명,링크 바깥 코너 부근에 2명씩 배치된다. 순식간에 반칙이 이뤄지다 보니 편파 판정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판정 의혹하면 미국의 안톤 오노(28)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대회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그 유명한 '오버 액션'으로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한 김동성을 실격 처리시켰다.

오노(사진 왼쪽)는 이번 대회에서도 1500m 예선부터 이호석 등 한국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여 한국 팬들의 눈총을 받았다. 어부지리로 은메달을 따놓고 "레이스에서 또 다른 실격이 나오길 희망했다"고 언급해 다시금 온 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금메달리스트 이정수는 "오노는 심판이 안 보면 팔을 너무 심하게 쓴다"며 "그는 시상대에 올라와서는 안 된다"고 맞받아쳤다.

한편 이호석은 15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연습을 끝내고 관중석으로 올라가 첫 올림픽 메달을 눈 앞에서 놓친 성시백의 어머니 홍경희씨에게 머리를 숙여 미안함을 전했다. 홍씨는 웃는 얼굴로 이호석을 두팔로 안아줘 냉랭하던 대표팀의 분위기가 한결 나아졌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