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 설을 앞두고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은행들이 자금지원에 나섰다. 국책은행은 물론이고 시중은행들도 앞다퉈 중소기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산업 · 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등 국책은행은 설을 전후해 4조7000억원의 특별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이달 말까지 1조2000억원을 지원한다. 임직원 상여금 지급과 원자재 구입 등에 필요한 기업 운전자금을 빌려준다. 지원한도는 업체당 최대 3억원이다. 대출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담보대출이나 보증서 대출은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영업점 심사만 거치도록 했다. 영업점장 금리 감면 외에 추가로 0.5%포인트의 금리 할인혜택을 제공,이자부담도 줄여준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도 각각 3조2000억원과 5000억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은 1~2월 중 4조5000억원을 신용보증한다. 기업체별 보증한도도 종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한다.

시중은행들은 총 7조9000여억원을 지원한다. 우리은행은 오는 26일까지 1조원 한도로 중소기업 특별금융자금을 지원한다. 적용금리를 최고 1.3%포인트 깎아줄 수 있도록 영업점장에게 금리전결권을 부여했다. 기존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과 재약정도 적극적으로 실시한다.

지원 대상은 일시적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으로서 종업원 체불 임금과 상여금,원자재 구입 등의 자금이 필요한 기업과 우수기술력 보유 중소기업,녹색성장 관련 중소기업 등이다. 우리은행은 지원 대상 기업에 대해서는 영업활동과 관련 있는 B2B대출과 할인어음,구매자금대출,공공구매론 등을 통해 신속하게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앞서 지난달 21일 중소기업이 담보로 맡긴 예금 1700여억원을 대출금으로 상환하는 '특별예대상계'를 실시한 바 있다. 예대상계란 금융회사가 기업에 제공해 준 대출자금을 기업의 예 · 적금과 서로 상쇄시키는 방식으로 회수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보통 은행에 대출과 예 · 적금을 동시에 갖고 있는데 예 · 적금과 대출을 상계처리하면 불이익 없이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오는 19일까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조2000억원을 푼다. 최고 1.0%포인트까지 영업점장 권한으로 금리를 깎아준다. 대출 대상은 일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원자재 결제자금,종업원 급여 등에 필요한 운영자금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12일까지 자금애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조5000억원을 지원한다. 업체별 한도는 5억원이며 금리는 최고 1.0%포인트 할인한다. 대출기간은 1년 이내다.

하나은행은 5000억원을 공급한다. 대출금리를 최고 2.9%포인트 우대해 준다. 신규대출뿐만 아니라 과거 설 또는 추석 맞이 특별지원대책에 따라 취급했던 대출을 최대 3년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중소기업과 거래 관계가 많은 편인 지방은행들도 앞다퉈 자금지원에 나서고 있다. 부산은행은 오는 28일까지 3000억원을 대출한다. 업체당 한도는 10억원이며 대출기간은 기간연장을 포함해 최장 5년이다. 신속한 자금지원을 위해 여신전결권을 완화했다. 금리 우대는 최고 1.0%포인트다. 지원 대상은 녹색기술산업과 부산시 10대 전략산업,울산시 4대 전략산업,경상남도 4대 전략 산업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도가 높은 업체를 우선 지원한다.

대구은행은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 가운데 노무비 비중이 높은 기업,지역 특화산업 기업 등을 대상으로 3000억원을 공급한다. 업체당 지원한도는 10억원이지만 본점의 승인을 받을 경우 그 이상도 가능하다. 대출기간은 1년이며 일반 대출보다 금리가 1%포인트 낮다.

경남은행은 내달 12일까지 정밀신용등급 BB-(SOHO CSS 7등급) 이상인 전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3000억원을 대출한다. 지원규모는 최대 10억원이며 금리는 시장금리변동 기준금리를 기준으로 신용등급과 담보조건 등에 따라 차등적용된다.

광주은행은 업체당 최대 10억원을 최고 1.0%포인트 금리우대 조건으로 지원한다. 총 지원규모는 1000억원이다.

전북은행은 500억원 한도로 설특별운전자금을 취급한다. 상업어음 할인과 운전자금 대출 방식으로 지원한다. 대출금리는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최고 1.20%포인트까지 인하할 수 있도록 영업점장에게 권한을 부였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일 발표한 '중소기업 설 자금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업체의 46.6%는 자금사정이 곤란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금 곤란 이유로는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 감소가 65.0%로 가장 많았고 이어 판매대금 회수지연(56.5%),원자재 가격 상승(50.5%) 등이 꼽혔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