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어려움도 있겠지만 잘 헤쳐 나갈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

1급 시각장애인 김헌용씨(24)는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발표한 2010학년도 서울 중등교사 임용시험 결과 당당히 영어교사로 합격했다. 서울에서 1급 시각장애인이 일반교과 교사가 된 것은 처음이다. 그간 장애인이 교사 임용에 합격한 경우는 많았지만 대부분 같은 장애 학생들을 가르치는 특수교육과를 지망했다. 김씨는 앞으로 일반 학교에서 장애가 없는 학생들과 부대끼며 영어를 가르치게 된다.

김씨는 1991년 다섯 살 때 시력을 잃었다. 조부모와 함께 살다가 눈이 보이지 않아 병원에 갔을 때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그는 "시력이 남아 있던 초등학생 시절에는 대략 형체를 구분할 수 있었지만 나중엔 불가능해졌다"고 회고했다.

서울맹학교에 다니던 그는 화면을 낭독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에 푹 빠졌다. 특히 영국 공영방송 BBC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축구경기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국 축구팀은 거의 모두 좋아한다"는 그는 "처음엔 영어실력이 좋지 않아 환호성만 듣고 좋아했는데 자꾸 듣다 보니 영어가 늘었다"고 전했다. 실력이 붙으며 BBC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라디오 교양 프로그램까지 듣게 됐다. 영어를 전공한 담임교사들도 그에게 영어공부를 계속 하도록 독려했다.

공주대 특수교육과에 진학한 그는 곧 영어교육 복수전공을 신청했다. 김씨는 "영어교육과 강용구 교수님이 전폭적으로 밀어주시고 시각장애인으로 영어교사가 된 선배(충남교육청 소속)도 있어 일반교사가 되는 길을 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원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주사대부중에서 한 달간 교생실습도 마쳤다. 확신을 갖는 시기였다. "처음 교생실습을 나갔을 때 신기해하던 학생들이 제게 믿음을 갖는 것이 느껴졌고,반응이 너무 좋아 스스로도 놀랐다"는 것.

실제로 김씨의 영어실력은 뛰어난 편이다. 영어 공인인증시험 토익점수가 975점,텝스가 918점이다. 임용시험 성적도 일반 영어교사 합격자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그는 "신체적 장애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장애가 있는 게 행복한 점도 많다"고 강조했다. "학생과 학부모,동료들에게 이런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