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때마다 각국 선수들은 '비밀 병기'를 내놓는다. 한국팀은 쇼트트랙 강국인 만큼 그동안 특히 쇼트트랙에서 여러 신기술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날 밀어넣기'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일본) 여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경기 중반까지 하위권에 처져 있던 전이경은 마지막 코너에서 인코스로 선두권 대열에 파고들어 결승선을 앞두고는 오른발을 내밀어 금메달을 따내는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같은 대회에서 김동성도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날을 앞으로 내밀어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김동성의 몸통은 2위 리자준(중국)보다 뒤에 있었다. 빙판의 전자 센서로 기록을 측정해 날이 들어오는 순서대로 순위를 매긴다는 점을 십분 이용한 것이다. 당시에는 신기술이었지만 이제는 모두 사용한다.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프랑스)에서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겨준 김기훈의 '호리병 곡선 주법'과 '외발 주법'도 유명하다. 호리병 곡선 주법은 코너를 돌때 상대가 원심력 때문에 빈틈을 보이면 레인 안쪽으로 파고 들어갔다가 다시 코너 바깥 쪽으로 나오는 기술로 뒤따라오는 선수의 추격을 막을 수 있다. 외발 주법은 코너에서 양발을 쓰는 대신 외발만 사용해 원심력을 줄이면서도 스피드를 더해 쫓아오는 선수의 추월 타이밍을 빼앗는 기술이다.
'바깥돌기'도 한국팀에서 나온 기술이다. 경쟁이 치열한 인코스를 포기하고 순간 속도를 내서 아예 바깥 쪽으로 크게 회전하는 것.그렇다고 이 기술들이 잔재주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모두 상대보다 더 긴 거리를 주행해야 한다. 강인한 체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스키점프에서는 하늘을 날때 바람을 더 잘 탈 수 있도록 스키 앞쪽을 벌리는 'V'동작도 신기술이었지만 지금은 기본 동작이 된 경우다. 1985년 얀 보클뢰브(스웨덴)가 처음 선보인 이 기술은 특히 라지힐(K-125) 부분에서는 10m 이상 기록을 늘려줬다. 이전까지 선수들은 스키를 나란히 하는 '11'동작으로 경기에 나섰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