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부진탈출' 발판…미켈슨 '구형웨지' 발목?
최경주(40)가 '톱10'에 들지는 못했으나 미국PGA투어에서 8개월 만에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안 나올때 세계랭킹을 올려놓으려던 필 미켈슨(39 · 미국)은 '새 그루브 룰'의 희생양이 되면서 시즌 첫승 달성에 실패했다.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리파인스GC(파72)에서 끝난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 우승자는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벤 크레인(34 · 미국)이었다.

◆'탱크' 부진탈출 신고(?)

3라운드까지 공동 5위로 상위권 진입이 기대됐던 최경주는 이날 버디4 보기2 더블보기1개로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합계 9언더파 279타로 공동 15위.이는 지난해 6월7일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 공동 13위를 차지한 뒤 미PGA투어대회에서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이다. 1타만 줄였어도 시즌 첫 '톱10'에 들었을 터인데,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 특히 3번홀(파3)에서 3온2퍼트로 더블보기를 한 뒤 4번홀(파4)에서 보기를 하며 순식간에 3타를 잃은 것이 결정타였다.

최경주는 그러나 드라이버샷과 아이언샷이 한층 안정되면서 기대치를 높였다. 드라이버샷 정확도는 76.8%로 2위,그린적중률도 80.6%로 3위를 각각 기록했다. 8만7450달러(약 1억원)의 상금을 받은 최경주는 시즌 상금(총 11만550달러) 랭킹 57위로 뛰어올랐다.

◆'우즈공산'에서도 빛 못본 미켈슨

최경주 '부진탈출' 발판…미켈슨 '구형웨지' 발목?
랭킹 2위 미켈슨은 3라운드까지 최경주와 함께 선두에 4타 뒤진 5위였다. 이 대회에서 세 차례나 우승한 경험,갤러리들의 일방적 응원으로 보아 시즌 첫승도 가능해보였다. 그러나 미켈슨은 최종일 버디 3,보기 4개로 1타를 잃으면서 8언더파 280타로 올해 첫 대회에서 공동 19위에 그쳤다. 미켈슨은 1~3번홀에서 연달아 보기를 범하며 일찌감치 우승경쟁에서 멀어졌는데,그가 구형 웨지(핑 아이2)를 사용한 데 대한 동료들의 비판도 한 요인이었다.

미켈슨이 새 그루브 규정을 피한 구형 웨지로 플레이하자 동료들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속임수"라고 비판했고,미켈슨은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며 응수했다. 그러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미켈슨은 그답지 않게 최종일 무너지고 말았다. 선두다툼을 벌이던 로버트 앨런비(호주)도 14번홀 러프에서 친 7번아이언샷이 그린을 오버하며 물에 들어가는 바람에 9위에 그쳤다.

앨런비는 소니오픈 최종홀에서도 러프에 볼이 떨어져 스핀을 매길 수 없는 상태인 '플라이어(flyer) 라이'에 걸려 1타차로 2위에 그친 적이 있는데,새 그루브 규정의 또 다른 희생양이라고 할 수 있다.

◆"스코어보드 안 보니 잘 되네요"

챔피언 크레인은 투어에서 손꼽히는 슬로 플레이어.동료 로리 사바티니와 멱살잡이까지 한 일도 있다. 크레인은 3라운드까지 선두 이마다 류지에게 2타 뒤졌고 최종일 챔피언조로 플레이했다. 크레인은 자신이 슬로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인식했는지,속도에 신경을 썼고,그러다 보니 스코어보드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마지막 홀에서 80㎝ 거리의 파퍼트를 성공하며 경기가 끝났는 데도 본인은 우승 사실을 몰랐다. 이마다가 우승을 축하해주자 "내가 챔피언이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경기 중 스코어보드를 보지 않고 자신의 게임에만 몰두하는 것도 승리할 수 있는 길임을 보여준 것.크레인은 14m가 넘는 버디퍼트 2개를 성공한 반면 쇼트퍼트 2개를 놓쳐 보기를 하기도 했다. 투어 통산 3승째.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