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13~15일)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맘 때면 가족이나 친지,지인들에게 어떤 선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할까 고민하게 된다.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형편에 맞게 선물 예산을 짜고 친분 관계에 따라 가격대를 정해 보지만 막상 선물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혹시나 상대방이 무성의하다고 느끼지는 않을지,아니면 너무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을지 망설이게 된다.

백화점,대형마트 등을 찾아 진열된 선물세트를 둘러보고 선물 카탈로그를 뒤적여봐도 마찬가지다. 알뜰형 실속제품부터 최상위층 고객을 겨냥한 고가 프리미엄 선물세트까지 다양한 가격대에 다채로운 상품들이 나와 있지만 선물 선택의 어려움이 쉽게 덜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설 선물세트 구성을 총지휘한 상품본부장들은 소비자들에게 수백가지 선물세트 중 어떤 상품을 구입하라고 권할까.

한국경제신문은 소비자들이 선물을 고르는 데 도움을 주고자 롯데 · 현대 · 신세계 등 백화점 '빅3'와 이마트 · 홈플러스 ·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빅3'의 상품본부장들로부터 가격대별로 선물 세트 추천을 받았다.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백화점은 △10만원 미만△10만원 이상 30만원 미만 △30만원 이상으로,대형마트는 △3만원 미만 △3만원~5만원 △5만원~10만원 미만 △10만원 이상 등으로 나눠 가격대별로 4~5개씩 추천받았다.

◆백화점은 '스토리'가 있는 실속형 상품

백화점 상품본부장들은 10만원 미만의 실속형 상품들로 각 백화점이 협력업체들과 스토리를 담아 개발한 선물세트들을 주로 추천했다. 롯데백화점 이원준 본부장은 "비슷한 가격대에 동일한 품목이라면 스토리가 담긴 선물들이 받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의 '아름다운 커피&위캔 쿠키 세트'(2만2000원)는 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장애우직업재활시설인 '위캔'에서 만든 쿠키와 네팔,페루의 '공정무역 커피'(빈곤국 커피 재배농가들에 더 많은 이익을 돌아가도록 중간상인 없이 제값 주고 거래하는 커피)로 구성된 '착한' 상품이다.

현대백화점은 '곶감 명인' 전동태씨가 숙성과정에서 천연 허브로 훈증한 곶감 30개를 담은 '전동태 허브 곶감'(9만원),신세계는 지난해에 이어 청정지역 전남 신안군 신의도에서 생산한 천일염으로 구성한 '신안 명품 천일염 세트'(8만9000원)를 대표 상품으로 내세웠다.

지난해부터 고조된 '막걸리' 열풍을 반영해 막걸리나 민속주 세트가 나란히 추천품목에 들어갔다. 롯데는 전직 대통령들이 즐겨 마시거나 정상회담에서 건배주로 사용된 막걸리들을 모은 '정상의 막걸리'세트(2만8000원)를,현대는 보성 유기농쌀로 만든 고급 막걸리인 '보성 프리미엄 쌀막걸리 세트'(4만원)를,신세계는 감미로운 향과 감칠맛이 나는 소곡주를 살균 작업없이 전통 방식대로 만든 '한산 생소곡주 세트'(4만3000원)를 각각 선보였다.

10만원 이상 중 · 고가 추천상품으로는 백화점들이 명절마다 자존심을 걸고 경쟁을 벌이는 한우(정육),굴비 · 갈치(수산물),사과 · 배(과일) 등 명절 3대 선물 상품군과 최근 웰빙 트렌드에 맞춰 인기가 높아진 수삼,홍삼 등 건강식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올 설에는 '고급 장류' 선물 대결도 흥미롭다. 롯데는 순창지역 장류 명인인 문옥례씨가 담근 찹쌀고추장과 굴비 · 더덕 · 매실 장아찌를 함께 담은 장류세트를 28만원에 선보였다. 현대는 전주 숙황장,청원 된장,신안 토판염으로 이뤄진 '3도 명장 세트'(18만원),신세계는 보성 선씨 영홍공파 21대 종부 김정옥씨가 만든 된장과 고추장으로 구성한 '선씨 종가 장류세트'(8만원)를 각각 내놨다. 고가 상품으로는 롯데가 '장흥 백화고 · 호두 · 상황버섯 명품세트'(100만원),현대가 '명품 전복 난호'(60만원),신세계가 '샤토 라피트 로칠드 2001'(85만원)를 각각 추천했다.

◆대형마트는 청정지역 · 친환경 식품 '강추'

대형마트 상품본부장들은 9900원짜리 치약 · 샴푸세트부터 수백만원대 와인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선물을 추천했다. 이마트는 조선 중기 풍속화가 김득신의 '파적도'가 그려진 'LG 김득신 파적도 미용 · 건강세트'(9900원),홈플러스는 표고버섯 중 맛과 향이 뛰어나고 연중 생산되는 '북한산 동고세트'(1만5900원),롯데마트는 막걸리 2병을 담은 '막걸리세트'(7800원)를 각각 대표적인 실속형 상품으로 권했다.

대형마트들은 특히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반영,청정지역에서 자랐거나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한 식품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마트는 일조량이 높은 전남 신안 압해도 바닷가에서 재배해 당도가 높은 '신안 압해도 배'(5만9800원)와 경남 밀양의 해발 350m 이상 고산지인 얼음골에서 서리맞은 직후에 수확한 '얼음골 명인 사과'를 명품 과일세트로 선보였다.

홈플러스는 돌김으로 유명한 전남 신안 임자도에서 채취한 김을 엄선해 만든 '신안 품질인증 김세트'(4만5000원)와 완도 보길도산 전복 11~12마리로 구성한 '바다속 그대로 전복세트'(8만원)를 내놓았다. 롯데마트는 사과 산지로 유명한 경북 청송에서 폴리페놀 농법(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의 함량을 높이는 재배방식)으로 재배한 사과 중 당도가 14브릭스 이상인 '당도선별 폴리페놀농법재배 명품사과'(6만9800원)를 대표 상품으로 추천했다.

백화점들이 저가의 막걸리 · 민속주 세트를 나란히 추천한 반면,대형마트들은 고급 와인세트를 최고가 추천 선물로 꼽아 눈길을 끈다. 저가 실속형 고객뿐 아니라 '상위 1%'의 프리미엄 선물 수요까지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마트는 프랑스 최고등급 와인인 사토 라피트 로쉴드,샤토 마고 등 그랑크뤼 특등급 샤토 5종을 묶어 340만원에 내놓았다. 홈플러스도 '샤토 오브리옹 1999'와 '샤토 오브리옹 블랑' 2종으로 구성한 '신동 프랑스 프리미엄 1호'를 298만원,롯데마트는 '샤토 무통 로쉴드 2004'를 1병(750㎖)당 59만원에 각각 선보였다.

◆도움말 주신 분들(상품본부장)=이원준 롯데백화점 전무,김형종 현대백화점 상무,김성환 신세계 부사장,하광옥 이마트 부사장,정병문 홈플러스 상무,구자영 롯데마트 상무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