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탄생 100주년…다시 길을 묻다] (上) " 한국 대기업엔 특유의 기업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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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세기의 승부사 이병철
타룬 칸나 하버드대교수 "삼성 오너家는 환경변화에 성공적 적응"
타룬 칸나 하버드대교수 "삼성 오너家는 환경변화에 성공적 적응"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기업가 정신이 있다. "
타룬 칸나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43 · 사진)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의 대기업 그룹(재벌)은 기업가 정신이 발화하고 구현된 터전이었으며,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엔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이건희 전 회장을 비롯한 삼성의 오너 경영진이 기업 전체의 업그레이드에만 관여하면서 개별 사업들을 역량있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있는 것은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이(transition)"라고 진단했다.
다국적 기업과 이머징 마켓의 토착기업 연구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칸나 교수는 이달 10일 호암재단이 주최하는 '이병철 회장 100주년 탄생 기념 세미나'에서 '한국의 경제성장과 기업가의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한국의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 어떻게 구현됐다고 보는가.
"기업가 정신은 서로 다른 국가에서 서로 다른 방법으로 발현된다. 본질적인 개념은 같지만 역사와 문화 등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재벌은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기업가 정신을 담아내는 매체의 역할을 했다. 기업가 정신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지원체계(support system)가 필요하다. 이미 자리잡은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산업 전반에 지원체계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기업이 그룹화하는 것이다. 그런 대기업들의 역할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 경제가 다른 개도국에 비해 고속으로 성장한 핵심적인 요인은 무엇인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정부와 기업 간 협력관계가 유기적이고 긴밀한 편이었다. 다른 나라들도 경제개발 단계에서 자국 기업들을 지원했지만,대부분 기업은 그 돈을 허튼 곳에 썼고 산업을 부흥시키는 데도 실패했다. 한국의 경우는 수출 주도 산업정책이 주효했고,기업들은 정부 지원자금을 낭비하지 않았다. 한국 기업들에는 다른 국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규율(discipline)이 있었다. "
▼삼성은 3세 경영 승계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오너 경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업이 변화에 적응해 나갈 수 있다면 오너 경영도 얼마든지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다. 삼성 전문경영인들의 높은 보수체계에 비춰볼 때 삼성 일가는 경영진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하는 것 같다. 세부적인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새 사업을 결정하는 데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기업의 업그레이드에 관심을 둔다는 점에서 삼성 오너가는 자산운용회사와 비슷한 경영 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핵심 인력을 영입하고 육성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매우 보편화한 변이(變移)다. "
▼일부 시민단체들은 삼성의 가족경영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데.
"기업 경영에 있어 가족의 역할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특정한 지배구조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선입관도 배제해야 한다. 국가의 특성에 맞는 서로 다른 경로가 있을 수 있고,한 국가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지배구조가 공존할 수 있다. "
▼한국에서도 기업가 정신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역량과 자질을 갖춘 젊은이들이 자신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느냐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업을 하려면 자본과 정보가 있어야 한다. 사업에 실패했을 때 비난하거나 오명을 씌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서 위험을 무릅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업이 탄생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창업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답이 '아니오'라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창업이 계속 이어져야 대기업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
▼최근 이머징 국가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일군 사례 등을 연구하고 있는데,삼성 모델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매우 훌룡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삼성도 모델 케이스가 될 수 있다. 우리(하버드 비즈니스 스쿨)는 삼성과 오랫동안 교류해 왔고,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다. "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
타룬 칸나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43 · 사진)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의 대기업 그룹(재벌)은 기업가 정신이 발화하고 구현된 터전이었으며,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엔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이건희 전 회장을 비롯한 삼성의 오너 경영진이 기업 전체의 업그레이드에만 관여하면서 개별 사업들을 역량있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있는 것은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이(transition)"라고 진단했다.
다국적 기업과 이머징 마켓의 토착기업 연구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칸나 교수는 이달 10일 호암재단이 주최하는 '이병철 회장 100주년 탄생 기념 세미나'에서 '한국의 경제성장과 기업가의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한국의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 어떻게 구현됐다고 보는가.
"기업가 정신은 서로 다른 국가에서 서로 다른 방법으로 발현된다. 본질적인 개념은 같지만 역사와 문화 등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재벌은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기업가 정신을 담아내는 매체의 역할을 했다. 기업가 정신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지원체계(support system)가 필요하다. 이미 자리잡은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산업 전반에 지원체계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기업이 그룹화하는 것이다. 그런 대기업들의 역할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 경제가 다른 개도국에 비해 고속으로 성장한 핵심적인 요인은 무엇인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정부와 기업 간 협력관계가 유기적이고 긴밀한 편이었다. 다른 나라들도 경제개발 단계에서 자국 기업들을 지원했지만,대부분 기업은 그 돈을 허튼 곳에 썼고 산업을 부흥시키는 데도 실패했다. 한국의 경우는 수출 주도 산업정책이 주효했고,기업들은 정부 지원자금을 낭비하지 않았다. 한국 기업들에는 다른 국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규율(discipline)이 있었다. "
▼삼성은 3세 경영 승계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오너 경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업이 변화에 적응해 나갈 수 있다면 오너 경영도 얼마든지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다. 삼성 전문경영인들의 높은 보수체계에 비춰볼 때 삼성 일가는 경영진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하는 것 같다. 세부적인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새 사업을 결정하는 데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기업의 업그레이드에 관심을 둔다는 점에서 삼성 오너가는 자산운용회사와 비슷한 경영 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핵심 인력을 영입하고 육성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매우 보편화한 변이(變移)다. "
▼일부 시민단체들은 삼성의 가족경영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데.
"기업 경영에 있어 가족의 역할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특정한 지배구조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선입관도 배제해야 한다. 국가의 특성에 맞는 서로 다른 경로가 있을 수 있고,한 국가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지배구조가 공존할 수 있다. "
▼한국에서도 기업가 정신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역량과 자질을 갖춘 젊은이들이 자신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느냐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업을 하려면 자본과 정보가 있어야 한다. 사업에 실패했을 때 비난하거나 오명을 씌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서 위험을 무릅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업이 탄생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창업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답이 '아니오'라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창업이 계속 이어져야 대기업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
▼최근 이머징 국가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일군 사례 등을 연구하고 있는데,삼성 모델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매우 훌룡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삼성도 모델 케이스가 될 수 있다. 우리(하버드 비즈니스 스쿨)는 삼성과 오랫동안 교류해 왔고,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다. "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