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밤 9시6분(현지시간) 미 하원 전체회의장. 모든 것이 1년 전과 똑같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년 전과 같은 통로로 회의장에 들어왔으며 그를 맞이한 의원들도 그대로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하원 전체회의장에 입장해 복도 양편에 늘어선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과 악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년 전인 작년 2월 24일 이곳에서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을 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난 1년은 많은 것이 변한 한 해였다.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은 취임 후 지난 1년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에서 말한 것처럼 "미 역사상 가장 힘겨운 해 가운데 하나"였으며 오바마 본인에게도 가장 힘겨운 해 중 하나였다고 28일 평가했다.

국가통합 지도자를 자임했던 오바마 대통령이었지만 핵심 국정과제인 건강보험 개혁은 격렬한 이념대립을 초래했으며 지지율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1년 전보다 흰머리가 늘었고 나이도 좀 들어보였다.

쉽게 냉정함과 침착함을 잃지 않는 오바마 대통령이지만 이날 71분간 계속된 국정연설에서는 때로는 간절하게 때로는 화난 표정도 지으며 단호하게 국민에게 호소했다.

그는 은행 구제조치가 "정말 싫었다(hated)"고 말했으며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가 기다려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연설의 달인'으로 불리며 취임 후 무려 487차례의 연설을 한 오바마 대통령이지만 이날 국정연설은 그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WP에 오바마 대통령이 한 연설 가운데 이번 국정연설만큼 세심하게 준비된 연설도 없다고 전했다.

보좌관들이 국정연설 준비에 본격 착수한 것은 지난달 초.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을 비롯해 연설문 담당 책임자인 조너선 파브로 등이 국정연설 준비 과정을 지휘했다.

20곳이 넘는 정부기관이 국정연설 내용에 포함되기 위해 정책과제를 제안했으며 파브로와 연설문 담당 벤 로즈는 연설문 초안을 작성, 이달 초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초안을 넘겨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매일 밤 관저에서 홀로 연설문을 삭제 수정했으며 매일 아침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보좌관들과 연설문을 수정했다.

또 국정연설을 앞두고 연설 연습을 하기도 했다고 WP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