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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마을] 섣부른 출구전략, 경제 '빛' 못보고 '빚' 만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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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침체의 교훈
    리처드 C.쿠 지음 | 김석중 옮김 | 더난출판 | 560쪽 | 2만5000원

    시간이 없다면 아무것도 없다. 시간은 무도장인 동시에 음악이다. 움직이는 모든 것과 움직이지 않는 듯 보이는 모든 것들은 다 시간이 만들어낸 춤이다. 생각마저도 시간에 의존하므로,시간이 멈추면 우리는 단지 얼어붙은,의식 없는 조각상에 불과하다.

    -크리스토퍼 듀드니의 《세상의 혼-시간을 말하다》(예원미디어 펴냄) 중에서


    요즘 신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경제 관련 용어가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다. 그 만큼 글로벌 경제위기는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최대 이슈다. '역사는 과연 반복되는가'라는 주제에 명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장기적인 경기침체 상황에서 발견되는 유사성과 차이점은 훗날을 대비해서라도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교훈이다.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은 상당히 바뀌었다. 경제주체들의 체감 정도도 매우 다르다. 그러나 이번 경제위기의 본질과 의미는 무엇이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가라는 의문은 여러 나라에서 공통된 초미의 관심사다.

    이번 경제위기는 과거의 누적된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나타났지만 근본 원인들이 해결되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자금중개 기능도 미흡하고 과잉부채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잠재적 위험요인이다.

    《대침체의 교훈》은 경제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을 '부채'로 간주하고 있다. 또 위기 발생과 진행과정을 대차대조표의 부채 증가 및 축소로 분석하며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저자인 리처드 C 쿠는 정부가 민간의 '리레버리징(re-leveraging)'이 개시될 때까지 재정지출을 지속해야 하며,민간 부채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될 때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출구전략의 실행조건을 위한 가이드 라인도 제시한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일본이 선험적으로 경험한 장기침체에서 얻은 교훈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그는 민간 부문이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평상시의 경기 국면과 대차대조표의 정상화를 위해 부채를 최소화하는 버블 이후의 국면,즉 위기국면이 있다면서 경기흐름을 이러한 두 시기로 구분하여 분석한다.

    또 경기순환 이론을 전개하면서 통화정책은 평상시의 경기 국면에서만 효력이 있고 민간 부문이 유동성 함정에 빠져있는 위기 국면에서는 재정정책이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경제위기 속의 신용경색 현상에 대해서도 기업의 자금 공급이 아니라 자금 수요의 부족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금융기관 부실자산 매각 등의 처리와 구조조정 등은 시급한 과제가 아니라 시간을 두고 접근할 과제라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자산가격이 하락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부실자산을 성급하게 처리할 경우 추가적인 가격 하락과 부실 확대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저자 특유의 냉철한 현실분석이 나온다. 대차대조표의 분석 방법을 통해 부동산 시장과 주택 가격의 등락에 따른 영향을 가늠하는 시도가 그것이다. 이러한 분석과 접근 방법은 한국 부동산 시장정책을 입안하거나 조율할 때 이해 관계자들에게 큰 시사점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가장 큰 의문은 저자의 독창적이고 고유한 설명 방식이 과연 올바르고 적합한가라는 것이었다. 회계학 수업에서 자주 듣고 작성해 보았던 '대차대조표'라는 수단을 가지고 거시경제의 경기변동 이론에서나 적용할 법한 경기등락 파급효과 등 거시경제 이슈에 대입한 저자 나름의 분석 방법이 생소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대차대조표' 분석방법은 자금의 공급보다는 수요 측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그 아이디어를 전통적인 통화론자인 밀턴 프리드먼과 안나 슈바르츠의 이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무튼 그의 새로운 시각은 실물경험과 어우러진 다양한 사례와 경험을 곁들여 한국경제를 걱정하는 독자들에게 독창적인 시사점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저자가 제시한 아이디어와 이론이 대공황 시기 '총수요(aggregate demand)'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비극적인 경제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낸 케인스의 유효수요 이론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한국경제의 르네상스를 간절히 소망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의 분석과 처방이 또하나의 명쾌한 해결책이자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mj.sohn@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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